헤리티지재단 보고서
공화 집권시 또 美 우선주의 가능성
미국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의 정책 제안이 나왔다. 보수 진영이 내년 공화당 재집권에 대비해 내놓은 외교·안보 정책 제언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해인 2016년 헤리티지 보고서가 제언한 정책 64%를 이행할 정도로 보고서 내용을 적극 수용했다.
헤리티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들이 재래식 방어에서 반드시 훨씬 더 큰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대원칙으로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재래식 방어에서 반드시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국 대처뿐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에도 자신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비용 분담을 미국 국방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이 그렇게 하도록 단순히 돕는 데 그치지 말고 강력하게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대만,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이스라엘 등에 이어 한국에 대해서도 제안을 내놓으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의 안보지원에 무임승차해선 안된다는 주장이었는데, 특히 한국을 상대로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운운하며 압박을 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핵무기 현대화 및 증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도입하는 차세대 요격미사일(NGI) 구매량도 최소 64기로 늘릴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며 "군사, 경제, 외교, 기술적으로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방위분담 원칙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을 더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함이라며 대중 강경 기조 역시 강력 주문했다. 중국과 경쟁하되 가능한 분야에선 협력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는 "중국은 미국의 전체주의 적이지 전략적 파트너나 공정한 경쟁자가 아니다"라며 "중국과 경제 관계는 다시 생각할 게 아니라 끝내야 한다. 디커플링(분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라는 비판을 받는 공자학원과 틱톡을 금지하고, 중국공산당 자금을 받는 미국 대학의 인증을 취소하라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한 개발도상국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한국, 인도 등과 함께 개도국 지원을 공조하라는 제언도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제기구와 협약에서 탈퇴할 것을 보고서는 주문했다. 유엔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탈퇴하거나 회비 납부를 중단했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전철을 밟으라는 제언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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