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0대 여성 과학자 반도체 영웅으로 만들기
자국 반도체 인력 육성 통해 미 규제 돌파 추진
아이폰15 발표회는 맥 빠지고 화웨이 신제품 발표회에 이목 쏠려
화웨이, 미·대만 연합 애플 실리콘 동맹에 반격 개시
"우리에게는 칩 여신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화웨이는 전격적으로 7나노 반도체를 사용한 메이트60프로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회를 예고했다. 그 타이밍이 심상치 않다. 발표회는 오는 25일이다. 이날은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舟)가 미국의 규제로 캐나다에 억류됐다 귀국한 날이다. 멍완저우의 귀국 2년이 되는 날 화웨이는 미국을 상대로 역습을 예고했다.
화웨이의 발표회는 애플의 아이폰15 발표회보다 더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핵심 IT기업인 애플과 화웨이를 통해 양국의 반도체 경쟁의 향방을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TSMC와 애플의 반도체 동맹에 대항하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번 화웨이의 발표회에 대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편집장을 지낸 후시진은 멍완저우의 귀환과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복귀를 교묘하게 연결했다. 후시진은 멍완저우가 돌아온 지 2년 만에 화웨이도 다시 돌아왔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후시진의 관심은 이번 사안이 기업 간의 경쟁에만 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앞서 애플 쇼크웨이브는 화웨이의 반격 배경에 량멍쑹 SMIC 최고경영자가 있음을 소개했다. 이는 SMIC만의 노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 미국의 압박에 도전하려는 런정페이와 멍완저우의 의지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020년 화웨이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량멍쑹이 미세화 공정을 통해 기여했다면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설계 능력을 키워 반격을 도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실리콘의 역량을 키운 것은 누구일까. 꼭 규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중국의 동향은 한명에게 쏠린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선전에 능하다. 선전에는 대상이 필요하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 이름하여 '반도체 여신(Chip Goddness)'. 주인공은 황첸첸(HUANG QAINQAIN) 베이징대 지도교수다.
30대 초반 황첸첸은 중국이 젊은 반도체 전문가로 선전하는 인물이다. 17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해 해외 유학 없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성장했다고 한다. 보유한 특허도 상당하다. 2019년에는 전기전자공학자협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가 선정한 얼리 커리어(early career) 상을 수상했다.
중국 언론들은 황첸첸이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자국 내에서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중국 특유의 과장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애국심과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선전일 수도 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황첸첸은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첨단 칩 스태킹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TSMC가 패키징 기술을 통해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는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황첸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전한다.
런정페이 회장은 메이트60프로 발표 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첨단 기술과 전문 분야 인재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런정페이의 자신감은 주가로도 이어진다. 7 나노 칩 이슈가 불거지며 SMIC 주가는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 상승을 모색 중이다. 메이트60프로 등장 후 약세인 서방 진영 반도체 업체 주가의 약세와 대비된다.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초기 반도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만들었다면 전문 분야의 기업들이 파운드리나 종합반도체 업체를 지원 사격한다.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램리서치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캐논 네덜란드의 ASML 등이 대표적인 장비 거인이다. 장비 업체들은 서방 진영이 중국에 쓸 수 있는 '무기'다. 수출 금지령을 내리면 된다.
아무리 장비가 중요하다 해도 사람의 중요성을 앞설 수는 없다. 기계도 사람이 만들고 반도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도 사람이다. 엔지니어의 이동이나 연구 개발 진전을 원천 차단하지 않는다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무조건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량멍쑹 SMIC 최고경영자의 예도 그렇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규제했지만 대만인이 중국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는 것까지는 규제하지 않았다. 황첸첸의 예에서 보듯, 중국이 스스로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중국이 믿는 것은 막대한 투자와 인력풀이다. 화웨이가 매년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분야에 사용하면서 역습에 나선다면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수성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필수 조건인 네덜란드 ASML의 노광기 대중 수출을 틀어막으면 중국이 자체 개발을 시도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젠센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자체 개발 독려로 이어져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오히려 수출 규제로 중국이라는 매출처를 잃어버린 미국 기업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게 황의 우려였다. 마치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가 우리 정부와 기업의 반도체 관련 산업 육성을 자극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계 인사들이 반도체 분야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TSMC가 미국에서 공부한 중국계 반도체 인사들의 덕을 봤다고 하지만 향후에는 중국이 중국계 인재들을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
성능 압도하고도 빛바랜 아이폰15
아이폰15프로에 들어간 3나노급 애플 'A17프로'(애플은 A17에서 바이오닉이라는 이름을 프로로 변경했다) 칩과 메이트60프로의 7나노급 '기린9000S' 칩 간의 벤치마크 결과는 애플의 압승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개발한 7나노 칩의 성능은 2018년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첫 AP인 애플 A12 바이오닉 칩 수준이다. 상당한 성능 격차에도 아이폰15와 메이트60프로 출시를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과 논란은 향후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AP는 미국이 앞섰지만 최소한 5G 칩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애플을 앞섰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과 국유기업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규제키로 했다는 미국발 보도가 있고 난 뒤 발끈한 미국 백악관이 추가 규제의 목소리를 내자 중국 외교부는 아이폰 사용 규제는 금시초문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중국 측은 중국의 아이폰 규제 방침을 전한 미국 언론의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술이 아닌 수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의 전략에 말리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아이폰15가 정식으로 출시된 후 A17프로 칩의 성능과 향후 전략, 3나노 반도체의 효과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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