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박정희·김대중 前 대통령 자녀의 도전
김영삼·노무현 前 대통령 아들·사위도 주목
대통령 후광효과와 정치적 부담, 양날의 검
권력의 정점 주변에서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지켜본 이들. 대통령의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의 정치 도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 금수저’라는 수식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많은 정치인은 여의도 문턱을 두드리고자 각고의 노력을 이어간다.
일반적인 정치인들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도전하는 존재들. 실제로 대통령 일가의 정치 도전은 ‘후광 효과’라는 수식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누구의 사위라는 타이틀 자체가 정치적 입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례의 대통령 일가 정치 도전 역사가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금배지를 다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1952년생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의도 입성은 생각보다 늦었다. 1998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2012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배경은 뭘까.
박정희 전 대통령 후광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정희 향수’가 짙은 장년층을 중심으로 열렬한 지지를 안겨줬고, 결국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됐다.
대통령 자녀의 정치 도전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명의 아들을 뒀다. 그들 모두가 국회의원 경험이 있다. 한 명은 현역 국회의원이다.
우선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차남 김홍업 의원도 2007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삼남 김홍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제21대 현역 국회의원이다.
부친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주목받았던 대통령 자제를 꼽는다면 ‘소통령’ 소리를 들었던 김현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다. 김현철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정치권 주변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주요 정치인 조언자의 역할이 많았다. 주요 대선에서 김현철 교수가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관심의 초점이었다. 2004년 제17대 총선 때는 본인이 직접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다가 뜻을 접은 일도 있다.
1959년생인 김현철 교수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2024년 총선에서 그의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나이를 고려할 때 정치 연착륙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여건이 그의 활동 공간을 열어주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대통령 일가 가운데 2024년에서 여의도 입성을 도전할 새로운 인물은 누가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자녀,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자녀는 정치 활동과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자녀가 없다.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자녀의 정치 도전이 대통령 일가의 마지막 정치 도전기가 될까.
2024년 총선과 관련해 주목받는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은 정치와 선을 긋고 있지만, 사위는 직접 정치에 뛰어든 상태다. 단순히 여의도 문턱을 두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선거에 출마한 경험도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에 도전해 41.4%의 득표율을 올렸다. 당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른바 험지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현재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라는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종로 출마를 주저하고 있을 정도로 후광 효과는 만만치 않다.
곽상언 변호사와의 경쟁에 자신감이 없다기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와 맞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부담이다. 곽상언 변호사가 실제로 내년 총선 공천권을 따낼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종로의 정치적인 상징성을 인지하고 있다. 필승 카드를 내놓고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총선 구도에 따라 종로의 출마 선수도 달라질 수 있다. 다시 한번 대선주자의 종로 도전이 이어질 수도 있고, 곽상언 변호사가 당내 경쟁을 이겨내고 공천권을 따낼 수도 있다.
대통령 아들과 딸, 사위의 정치 도전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사실 당사자들은 정치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후광효과를 둘러싼 색안경이 항상 뒤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웬만큼 잘 하지 않으면 정치인으로서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누구의 부친이자 누구의 장인인 전직 대통령. 그의 정치적 위업을 뛰어넘으려면 다른 정치인보다 몇 배의 노력과 성과가 필요하다. 정치에 입문할 때는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있을지 모르지만, 입문한 이후에는 부담 가득한 정치적 짐을 지고 자기 정치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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