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대부분 유지돼 의료 현장의 큰 혼란은 피했으나 일부 진료예약 등에서는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열린 집회에는 2만여명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모였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며 "대화를 끊어버린 보건복지부가 파업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파업'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간병비 고통을 해결하자, 국민생명을 살려낸 공공병원 살려내자는 것을 정치파업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파업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수 1:5로 환자안전 보장 ▲적정인력 기준 마련하고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하고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실시하고 처우 개선 ▲노동개악 중단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등 7대 사안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 같은 대규모 총파업에도 다행히 필수의료 공백 등 '의료대란'이 빚어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대란이나 심각한 의료공백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파업에 참여한 병원들도 큰 혼란은 없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중 파업에 참여한 한양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등은 응급실을 비롯해 외래, 입원 등이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다만 일부 병원들은 환자 안전을 고려해 외래와 병동을 일부 축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충남대병원은 이날 환자 및 보호자에게 "병원 노조의 파업 참여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일부 진료(외래 및 병동)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며 "환자의 안전과 의료사고 등의 위험을 예방하고자 하는 조치"라고 전했다. 전북대병원 또한 "환자 안전을 위해 부득이 일부 병동 및 외래를 폐쇄 또는 축소 운영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이번 파업에는 보건의료노조 11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 조합원 6만여명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1만5000명을 제외하면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000명이다. 참여 지부는 고려대의료원·경희의료원·아주대의료원·이화의료원·한림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 등 20개 사립대병원지부(28개 사업장),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7개 국립대병원지부(12개 사업장),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12개 사업장), 적십자혈액원·적십자병원·검사센터 등 26개 대한적십자사지부(26개 사업장), 경기도의료원·부산의료원·인천의료원·홍성의료원 등 26개 지방의료원지부(26개 사업장), 부평세림병원·광주기독병원·정읍아산병원 등 19개 민간중소병원지부(19개 사업장), 6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6개 사업장)와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6개 비정규직지부(11개 사업장) 등이다. 전체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참가하는 상급종합병원은 20곳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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