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한 가운데 서민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 요금을 물론 식품, 외식비 등 실제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물가 상승 폭 둔화는 석유류 하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외부 영향에 따라 상승 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폭(3.3%→2.7%)과 비교하면 둔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근원물가는 시기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적은 항목 위주로 구성되는 만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다 잘 나타낸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에서 지난달 2.7%로 2.5%포인트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근원물가는 5.0%에서 4.1%로 0.9%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두 지표 간 상승률 격차는 1월 0.2%포인트에서 지난달 1.4%포인트까지 커졌다.
가공식품 물가 여전히 7%대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올해 1월(6.1%)과 비교하면 둔화 폭이 큰 편이지만, 조사 대상 144개 품목 중 80%에 달하는 116개 품목이 여전히 오름세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도시가스(29%), 전기료(28.8%), 당근(22.1%), 양파(20.5%), 어묵(19.7%) 등 여전히 상승률이 20~30% 안팎이다.
가공식품 역시 지난달 7.5% 상승하며 둔화세가 더디다. 조사 품목 73개 중 69개 품목이 올랐다. 잼이 전년 동월보다 31.0% 오르면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치즈(22.3%), 맛살(21.7%), 초콜릿(18.5%), 혼합조미료(17.7%) 등 상승 폭이 여전히 컸다. 같은 기간 하락한 품목은 유산균(-1.4%), 건강기능식품(-1.0%), 이유식(-0.9%) 등 3개 품목뿐이다. 특히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라면 물가 상승 폭은 13.4%로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실제 체감 물가 간 괴리 현상은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경유 물가는 32.5% 하락했고 휘발유 역시 23.8%, 자동차용 LPG 15.3%, 등유 13.7% 등 가격이 각각 내려갔다.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1.47%포인트나 끌어 내린 셈이다. 석유류를 제외하면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연말 물가 상승 폭 증가 우려 여전
소비자물가가 연말 3% 안팎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근원물가의 또 다른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 지수 역시 지난달 3.5%를 기록해 전달 상승률(3.9%) 대비 0.4%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근원물가가 3%대를 유지하는 만큼 추가적인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석유류 기저효과가 하반기에도 지속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가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중단을 검토하는 가운데 당장 이를 연장할 명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은 9주, 경유 가격 역시 10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 및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다. 다음달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할 경우 물가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 압박도 부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이 확정되면 국내총생산(GDP)은 1.33% 감소하고 물가지수는 6.8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봤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질수록 외식비 인상에 직결되는 등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원자재 변동성, 기후 여건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다"며 "주요 품목별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물가안정 흐름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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