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면서 기대감이 큰 강남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특히 호재가 많은 재건축 단지에는 40명이 넘는 응찰자가 몰리며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낙찰되는 단지마저 나오는 모습이다.
5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에서 경매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은 55.5%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낙찰률인 24.8%보다 두 배 넘게 오른 수치다. 전달 강남4구 아파트 평균 낙찰률(39.1%)과 비교해도 16.4%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경매로 나온 5건 중 3건이 낙찰됐다. 강동구는 1건이 경매로 나와 낙찰됐고, 서초구는 7건 중 3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특히 이들 중에는 경쟁이 치열했던 단지들도 많았다.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 나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면적) 물건에는 총 45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물건은 감정가 27억9000만원의 95% 수준인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매매실거래가보다 2억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84㎡는 지난달 최고가가 24억3000만원이다. 특히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실거래가가 21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경매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 5단지 76㎡ 물건이 지난달 1일 일부 지분(0.8㎡)만 매각하는데 19명이 응찰에 나섰다. 결국 이 물건은 감정가의 138%인 3858만원에 낙찰되면서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청구해 이 가격에 매수했다. 방이동에서는 올림픽선수기자촌 135㎡ 물건이 지난달 8일 감정가 30억원의 97% 수준인 29억388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처럼 호재가 많은 재건축 단지가 인기를 끈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특성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된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매로 나온 물건은 ‘민사집행법’의 예외 규정에 따라 별도의 지자체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하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데다, 2년 실거주 의무도 없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의무보유기간도 따로 없어 바로 소유권 이전도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아지면서 매매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4구가 속해있는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4월 셋째 주 상승 전환한 이후 7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 동향을 살펴봐도 지난달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10% 상승하며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면서 경매시장에도 다시 투자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라며 “특히 규제지역 내 초고가 아파트의 대출규제 완화로 강남권 아파트의 경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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