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5%, 경유 37%↓
중국發 국제유가 폭등 선제 대응
유가 상승 따른 국민부담 우려
정부가 다음 달 말 예정된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을 4개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말까지 현행 휘발유 25%, 경유·LPG 부탄은 37% 인하 폭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정부는 한시적으로 이뤄진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심했으나,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종료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는 현행 각각 25%, 37% 인하를 유지한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는 인하 전 세율 대비 리터(ℓ)당 205원, 경유 212원, LPG 부탄 73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정부는 4개월간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따라 리터당 연비 10km 승용차로 일평균 40km를 주행 시 월 2만5000원(휘발유 기준)의 유류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高물가 장기화 부담
정부가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최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국민 부담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0.2원 상승한 리터당 1631.1원을 기록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만약 예정대로 이달 말 유류세 인하를 종료할 경우 휘발윳값은 1800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휘발윳값이 급등할 경우 최근 억누른 4%대 물가 역시 다시 상승 압력으로 5%대로 오를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결정에는 향후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만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 폭이 추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오는 5월부터 감산에 돌입한다는 소식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17일(현지시각)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3달러대로 지난달 중순(66달러)보다 25.7% 상승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중국의 원유 수요 회복 강도는 향후 국제유가 방향성은 물론 상승 폭을 예상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물가 안정화에 집중한 후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완충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는 최근의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OPEC+의 원유 감산 발표 이후 국내 유류 가격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경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에 세수 감소 우려 확대
이번 인하 조치가 3개월 연장됨에 따라 추가적인 세수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교통세는 유류세 인하 폭이 상반기 20%에서 하반기 37%로 확대되면서 11조1164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전년 실적과 비교하면 33%(5조4820억원) 줄었다. 올해는 휘발유에 한해 인하 폭을 25%로 축소했지만, 경유·LPG 인하 폭이 37%로 유지되는 만큼 세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세수여건의 어려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기준 국세수입은 10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적었다. 만약 3월부터 지난해와 똑같은 금액을 걷는다 하더라도 약 20조원가량의 결손이 발생한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9000억원 확대됐다. 이에 올해 세수 부족이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고 해서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측은 “세입예산을 짤 때 상반기와 하반기에 탄력세율을 상당 부분 유지한다는 가정에 따라 추계를 했다”면서 “이번 연장조치가 재정운용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수감소의 경우 소비가 얼마나 이뤄질지 알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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