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괴물 'GPT-4' 나왔다…"기업 지갑 열 상품"

오픈AI, 진화한 AI 'GPT-4' 공개
美 변호사 시험 상위 10% 수준
멀티모달 가능…시각장애인 보조도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 AI가 초거대 AI 'GPT-4'를 공개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인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멋진 상품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14일(현지시간) 오픈AI는 GPT-4를 출시했다. AI 챗봇 '챗 GPT'에 적용한 GPT-3.5를 고도화한 버전이다. 지난해 11월 GPT-3.5를 출시한 지 4개월 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멀티모달이 가능해진 점이다. 멀티모달은 문자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성 등 복합적인 정보를 이해·생성할 수 있는 AI다. 문자로만 소통하던 GPT-3.5와 달리 GPT-4는 문자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한다. 시연 영상에서는 카메라로 도토리를 찍고 있는 다람쥐 이미지를 보여주자 이를 문자로 설명했다. 다람쥐가 사람처럼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게 '재밌다'는 표현까지 더했다. 다만 문자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은 하지 못한다. 오픈AI가 개발한 또 다른 AI '달리2'는 '꽃을 든 소녀'라고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준다.

오픈AI는 GPT-4의 첫 파트너로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를 소개했다. 시각 장애인에게 휴대폰에 무엇이 떴는지 음성으로 전달하는 'AI 봉사자'다. 냉장고 내부 사진을 찍으면 안에 뭐가 있는지, 체육관에서 머신러닝 사용법을 찍으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말해주는 식이다.

GPT-3.5와 비교하면 더 똑똑해졌다.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 모의고사를 상위 10%의 점수로 통과했다. 전문 영역에서 인간과 겨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 대학입학시험(SAT) 읽기와 수학시험에서 각각 상위 7%, 11%를 기록했다. 언어 능력도 진화했다. 시연 영상에서 긴 문서를 주고 'G'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하자 GPT-3.5는 못했지만 GPT-4는 깔끔하게 완성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굉장히 강력한 도구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전문 지식 영역 중심으로 많이 발전해 기업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쓸만하다"는 평가다.

GPT-4는 3.5보다 대화를 8배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다. GPT-3.5가 사용자와 대화할 때 책 4~5페이지 분량을 기억한다면 GPT-4는 50페이지 단편 소설 분량을 기억한다. GPT-4는 대화할 때 35페이지 전에 언급한 내용을 기억하고 말한다는 의미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GPT-3.5 수준인 1750억개보다는 커졌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100조개에는 분명히 도달하지 못했다고 본다. 100조개는 인간 뇌와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한계는 여전하다. 오답을 정답처럼 말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줄었으나 여전히 존재한다. 내부 사실성 평가에서 GPT-3.5보다 40% 높은 점수를 받았다. GPT-3.5에선 사용자들이 AI가 규칙을 깨도록 유도하는 '탈옥'이 가능했으나 GPT-4는 속이기 어려워진 셈이다. 오픈AI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완전하게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특히 위험도가 높은 상황에서 사용할 때는 사람이 검토하거나, 추가 근거를 제시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사용은 피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능력도 제한적이다. 번역 가능한 언어를 26개 국어로 늘렸으나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도 되는지' 물었을 때 GPT-3.5와 GPT-4는 같은 답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가능하지만 국가나 지역에 따라 규제가 다를 수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한다. 반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에서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돼 있다'고 답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