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년전 유적에서 석기와 함께 인류 친척 '파란트로푸스' 이빨 발견
인류 조상 호모가 아니라 '파란트로푸스'가 최초 도구 사용 추정 가능
"호모 출현보다 석기가 더 빨리 등장, 이상한 일 아냐"
"파란트로푸스는 석기 필요 없었다" 반론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300만년 전 원시 인류들이 초보적인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하마와 같은 커다란 동물을 사냥해 먹이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닌 고대 영장류들도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을 수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굴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고고학 발굴팀은 아프리카 케냐 빅토리아 호숫가 유적에서 발굴된 최대 3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와 동물 뼈 등울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관련 논문은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곳에선 원시 인류의 친척뻘인 영장류의 이빨과 수백개의 석기류, 고대 하마 등 대형 동물의 뼈가 함께 발견됐다. 인류의 조상 격인 호미닌(Hominins)들이 석기를 이용해 대형 동물을 먹이로 삼았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가 발굴을 통해 확인된 것인다.
호미닌들은 현재까지 발굴 조사 결과 이르면 330만년 전부터 돌을 이용해 각종 도구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고고학자들은 2015년 케냐 북부 투라카나 호수 인근 유적지에서 149개의 석기를 발견해 연대 분석을 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었다. 그 뒤를 이은 건 기존엔 '올도완 석기(Oldowan stone tools)'였다. 1930년대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후 아시아ㆍ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발굴되고 있다. 약 250만~260만년 전 제작된 것들이다. 이와 중에 300만년 전 석기가 발견되면서 올도완 석기와 투라카나 호수 유적 도구 사이의 약 70만년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이 곳에서 발굴을 시작해 총 330개의 인공물을 찾아냈는데, 이중엔 고대 하마의 뼈 주변에 흩어져 있는 42개의 올도완 석기였다. 유적에서 발견된 고대 하마와 다른 동물의 뼈에는 석기로 자르고 긁은 흔적이 역력했다.
연구팀은 이 석기와 동물 뼈들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260만~300만년 사이의 것들임을 확인됐다. 여태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올도완 석기들보다 더 일찍 제작된 것이다. 호미닌들이 대형 동물을 사냥해 잡아 먹기 시작한 시기도 최소한 60만년 이상 앞당겨 졌다. 심지어 몇몇 도구들은 미세 분석 결과 식물의 뿌리 등을 두드리는데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요리'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특히 2017년 해당 유적 터에서 발굴 도중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Homo)의 친척 뻘인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의 이빨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발견된 석기를 만들어 쓴 것이 기존에 '도구의 발명자'로 알려진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Homo)'가 아니라 파란트로푸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소냐 하만드 뉴욕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최초 도구의 출현이 호모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호미닌 계통의 원시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모하메드 사누니 스페인 국립인류진화연구소 연구원은 "파란트로푸스는 해부학적 구조가 거친 음식을 먹는데 잘 적응했기 때문에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파란트로푸스가 올도완 석기를 만들었다고 믿지 않는다" 반박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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