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곡성에서 70%
2014년 7·30 재보선 전남 순천·곡성
보수정치 새역사 쓰며 호남 당선 신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그날 개표 결과를 지켜본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거의 고정 관념이 무너지는 역사의 순간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30일, 전남 순천·곡성 재보선. 보수정치는 그날 호남에서 대이변을 일으켰다. 한국 정치사를 새로 쓴 인물은 정치인 이정현이다.
그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호남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보수정당에서 풍부한 정치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1980년대부터 민주정의당(민정당) 활동을 했다. 정치인 이정현보다 더 오랜 세월 당직 경험을 한 현역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도전장을 낸 지역구가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정치 텃밭인 호남이라는 점이다. 뿌리 깊은 친민주당 정서를 고려할 때 인물론만으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 여의도 정가의 시선은 그랬다.
호남(전남 곡성)에서 어떤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지, 중앙 정치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정현 후보는 생활 밀착형 선거운동으로 바닥을 다졌다.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으로 노년층의 정서에 다가섰다.
대통령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었지만, 선거 때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동네 아저씨였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정치인 이정현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고향 사람들이 그의 소속 정당보다 인물에 관심을 두면서 선거 판도에 변화가 일었다.
당시 순천과 곡성은 하나의 지역구로 묶였지만, 선거인수는 순천이 8배 정도 많았다. 순천은 21만 5479명, 곡성은 2만 6819명이었다. 곡성에서 선전을 해도 당선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정치인 이정현의 바람몰이는 고향 곡성을 넘어 순천으로 이어졌다. 특히 곡성에서의 바람은 너무나 강력했다. 개표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정치인 이정현은 곡성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압도했다. 이정현 후보의 곡성 득표율은 무려 70.6%에 달했다. 전남에서 보수정당 간판을 단 후보가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셈이다.
인구가 많은 순천에서도 이정현 후보는 46.22%, 서갑원 후보는 42.92%로 우열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이정현 후보는 합계 6만 815표, 득표율 49.4%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전남에서 새누리당 정치인을 품었던 그 날의 충격파는 여의도 정가를 흔들어 놓았다. 지역 정치의 벽에 맞서 기적을 만든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7·30 재보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보수정당이 호남에서 살아갈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7·30 재보선은 우연이 아니었다. 정치인 이정현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자기 고향(광양·곡성·구례)이 아닌 전남 순천 지역구에 다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 이정현 후보는 순천에서 44.5% 득표율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당선됐다.
정치인 이정현은 7·30 재보선을 토대로 정치적인 위상이 커졌고, 2016년에는 새누리당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정치인 이정현이 순천·곡성에서 보여줬던 선거 결과는 영호남의 뿌리 깊은 지역 정치 구도를 깨뜨린 성과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돼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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