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미라 방부처리 재료 성분 밝혀져
인도-동남아산 식물 추출물 수입해 사용
"고대 이집트인 정교한 화학 지식 놀라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고대 이집트인들의 화학 지식은 미스터리하고 놀라울 정도다."
2500여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기 위해 멀리 동남아 일대에서까지 방부처리용 재료를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ㆍ이집트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6년 이집트 사카라 지역에서 발견된 지하 방부처리장 유적의 출토 유물들을 연구했다. 사카라 지역은 BC 2900년 이전부터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회 지도층의 매장지로도 사용됐던 곳이다. 연구팀은 BC 525~664년경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지하 방부처리장 유적에서 방부 처리용 재료를 담았던 수십 개의 도자기 용기들을 발견했다. 이 도자기에는 내용물의 성분ㆍ용도가 상형 문자로 표시돼 있었다.
연구팀은 도자기 용기에 남아 있는 성분들을 분석했다. 이집트 또는 인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이 발견됐다. 지중해 동부에서 자라는 향나무ㆍ사이프러스 나무ㆍ삼나무 등의 추출물이 나왔다. 동물성 지방, 밀랍, 사해(Dead Sea)산 역청(bitumen) 등도 확인됐다,
특이한 것은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동남아시아산 식물 성분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ㆍ아프리카 등 열대 우림 지역에서 자라는 카나리움 나무에서 추출한 방향제 엘레미(elemi) 성분이 확인됐다. 고약이나 니스에 쓰이는 방향수지(芳香樹脂)의 일종이다. 또 인도 남부나 스리랑카, 동남아 일대 열대림에서 자생하는 쇼레아 나무에서 추출한 '다마르(dammar)' 성분도 발견됐다. 흰색 또는 엷은 황갈색 수지로, 혼탁제ㆍ광택제ㆍ안정제 등으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고대 미라를 제작하던 이집트인들은 이같은 성분들을 원거리 무역을 통해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의 방부처리 기술자들은 원료 물질들에 대해 정교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도자기 용기에 들어 있던 재료들은 조심스럽게 가열하거나 증류돼 있었다. 또 대부분은 항균성 또는 보존을 촉진하는 등 '용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엘레미와 동물성 지방이 들어 있던 그릇 하나에는 "그의 냄새를 좋게 하기 위해서"라고 쓰여 있을 정도였다.
연구팀은 "이집트인들의 해당 물질들에 대한 지식과 방부처리 방법은 놀라울 정도이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해졌다"면서 "어떻게 그랬는지와 왜 그런 재료를 골랐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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