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노리며 경쟁률 흥행 이뤘지만
1년 만에 애물단지 전락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고분양가를 노리고 29가구만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이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줄줄이 낭패를 보고 있다. 분양가보다 호가가 2억원 이상 저렴한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소규모 분양에도 1년 가까이 분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도 있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면적 65㎡는 최근 12억514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지난해 1월 일반분양에 나선 지 1년 만에 같은 평형 최고 분양가 14억7260만원보다 2억2000만원가량 저렴한 '마피'가 붙은 것이다. 조합원 매물로는 10억원까지 하락한 분양권도 확인된다.
오금아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단지는 국내 리모델링 단지 중 처음으로 일반분양에 나선 곳이다. 당시 조합이 책정한 분양가는 3.3㎡당 5200만원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비쌌다. 송파구라고 하지만 입지, 328가구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용 65㎡의 분양가가 최고 14억7260만원, 72㎡가 14억9460만원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지역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가 이렇게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29가구'만 분양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상 투기과열지구에서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나 고분양가 심사 등을 받아야 해 분양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29가구 이하로 분양하면 이들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분양하기만 하면 완판되던 집값 상승기, 이를 노리고 29가구만 증축하려는 아파트들이 늘면서 일각에서는 '꼼수 분양'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송파더플래티넘 역시 고분양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당시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몰리며 평균 2599대 1 경쟁률이라는 역대급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사이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뒤이어 일반분양에 나선 송파구 잠실더샵루벤의 상황은 더 위태롭다. 송파 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단지는 당초 42가구를 증축하려고 했지만,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29가구로 줄였다. 이를 통해 책정한 분양가는 3.3㎡당 6500만원이라는 역대급 규모로, 전용 106㎡ 기준 26억원에 달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 4월 분양 당시에는 평균 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하지만 15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사업주체는 곧바로 선착순 분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단지는 현재 리모델링 후 106㎡로 확장되는 전용 84㎡ 규모 조합원 분양권의 최저 호가가 13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분담금이 3억원 수준인데 이를 보태도 16억500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10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
송파구 가락현대5차를 소규모 재건축한 더샵송파루미스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 단지 역시 29가구만 분양해 3.3㎡당 6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분양 시기가 집값 하락기와 맞물리며 대부분의 물량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22억원 수준인데, 바로 옆 단지인 래미안 파크팰리스의 같은 평형이 지난해 4월 18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광풍 시절 꼼수 분양의 최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할인 분양에 나서지 않는 한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졌지만, 마냥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사례"라며 "적정 분양가를 놓고 사업주체들의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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