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서 1%대까지 떨어진 면허 반납률
지난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3만1841건
"주기적 검사 통해 미연에 사고 방지해야"
지난해 12월1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도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도로변 아파트 담장을 들이받았다. 차 안에 타고 운전자는 80대 여성 김모씨. 그는 아파트 담장에서 100m 떨어진 골목에서 좌회전하다가 직진하던 차량을 뒤에서 박았고 뒤이어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다가 아파트 담장까지 훼손했다. 김씨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이 같은 사고를 일으켰다고 진술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면허증을 반납하는 사람은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의 인지 능력과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면허증 반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고령운전자의 면허증 반납률은 1.7%에 불과했다. 2021년 기준 2.1%에서도 더 떨어져 1%대를 기록한 것. 면허증을 소지한 고령운전자 수는 433만7080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만명 늘었지만 반납된 면허증 수는 오히려 1만명 줄어들면서 7만3976명으로 집계됐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3만1841건으로 2017년 대비 19.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9.7%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화사회를 맞으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8000여명을 기록했다. 9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진 면허 반납제 시행했지만…상실감 비해 인센티브 적어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의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운전 미숙, 떨어지는 대처 능력, 심장마비 등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 등이 도로 위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고령자라고 모두 그렇진 않지만 고령일수록 운전에 필요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령운전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진 면허 반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고령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제 관련 조례를 두고 있지만 굳이 반납할 만한 유인은 없다. 면허를 반납하게 될 경우 생기는 상실감과 비교해 얻는 인센티브는 극히 적어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현재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고령운전자들은 스스로 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면허증 반납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적절한 인센티브와 시스템 등을 동원해 고령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헌법에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강제적인 방법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며 "현재 고령운전자의 적성검사에선 시력과 청력 검사만을 진행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운전 숙련도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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