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제정책방향'…전기·가스료 단계적 인상
올해 적자 31.3조 전망…가스公 부채비율 480% 육박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 방침을 세웠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한국전력의 역마진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을 줄이기 위해 가스요금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전기·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더 이상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연료비 급등에 맞춘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를 통해 2026년까지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을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내년 전기요금 대폭 오를듯
한전 재무구조는 이미 악화일로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국제 에너지값 급등으로 치솟은 연료비를 따라가지 못해 전기를 밑지고 파는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1조8342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이유다. 연간 기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적자(5조8601억원)의 3.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올해 한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31조2791억원 적자다.
가스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가스공사가 연료비를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쌓인 미수금은 지난해(약 5조원)보다 2배 늘어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 3분기 기준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478.5%로 지난해(378.87%)보다 약 100%포인트 상승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전기·가스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2배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최근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정부가 올해 3차례에 걸쳐 올린 전기요금 총 인상분(19.3원)의 2.7배에 달한다. 가스요금의 경우 내년 인상 요인은 메가줄(MJ)당 최소 8.4원에서 최대 10.4원으로 산정됐다. 내년에는 가스요금이 올해 인상분의 1.5배에서 1.9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고물가는 변수
다만 내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 높인 3.5%로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민경제와 직결된 전기·가스요금을 대폭 끌어올리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절약 유도 방안도 내놨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시설설치 융자지원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지원율을 기존 최대 90%에서 10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또 비용 보조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등 에너지 진단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일반 국민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자동차 탄소포인트제와 에너지 캐시백도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공공기관 건물 난방 온도를 기존 18도에서 17도로 낮추고 분수대 등 경관조명을 소등하는 등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관조명 소등시간 추가 단축, 승강기 운행 제한, 무인·미사용 장소 전력 차단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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