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시민, 김근식 입주 철회 범시민 촉구 결의대회 열어
조두순 출소 당시 "안산에서 추방하라" 야유 쏟아져
‘성범죄자 주거 제한’ 정책, 기본권 침해 이유로 국회 문턱 못 넘어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지난 13일 미성년 성폭행범 김근식이 의정부시의 한국법무부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로 입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하는 김근식이 출소 후 의정부에 거주할 것을 희망한 것이다. 의정부 맘카페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부모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의정부는 비상에 걸렸다.
결국 김동근 의정부 시장은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고, 의정부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정부시는 김근식의 의정부 입소 철회를 주장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시민들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앞에서 범시민 촉구 결의 대회를 예고하며 거주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김근식은 16년 전 추가 범죄 혐의가 드러나 출소 하루 전 재구속되면서 의정부 시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지난 2020년 조두순 출소 당시, 안산 시민들이 욕설과 계란을 던지며 조두순의 거주 반대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12일 오전, 12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관용차를 타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는 새벽부터 안산 시민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받았다. 곳곳에서 계란이 날아들고 "안산에서 추방하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처럼 성범죄자의 출소 후 거주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채우고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마을 사람들은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고 주변에 어린이집과 학교가 있다"며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왜 내가 이사를 가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조두순이 출소 후 경기 안산시에 자리를 잡은 뒤 아이를 둔 가정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서 주변 어린이집이 폐업하기도 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신상을 '성범죄 알림e'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조사에 따르면 '공개 대상' 성범죄자 3,844명이 거주하는 곳 1km 이내에 전국의 미성년자 교육 시설의 57%가 몰려있다. 이 중 어린이집 62%, 유치원 52%, 초등학교 46%가 성범죄자 거주지 인근에 있다. 또한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54.7%가 거주지역과 범행지역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집 주변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우편물을 받았다는 A씨는 "강간 미수범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데 성범죄자를 살게 해도 되나"라며 "이 범죄자가 우리 동네에 산다고 말한 거라면 진짜 끔찍하다. 미리 알았다면 나도 반대 시위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은 '조두순 방지법' 중 하나로 성범죄자 주거 제한 정책을 쏟아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를 자신의 주거지에서 200m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 집으로부터 1km 반경 이내에 들어가지 못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부분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하거나 '피해자 집과의 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해당 법안은 헌법상 주거 이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교육 시설을 피해서 전과자를 위한 특정 거주지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오히려 기본적 생활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곳에 성범죄자를 몰아넣으면 심리적 압박에 재범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주민들은 2차 피해를 막고 최소한 피해자 거주지와 같은 동네로 돌아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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