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서울 신당역 살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지난 20일 경남 진주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집에 침입해 여자친구를 폭행한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남지역 여성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 A 씨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10분께 여성 B 씨가 이별을 통보했음에도 계속 따라갔고 B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경고를 받았으나 다음날 가택 침입 및 폭행을 저질렀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던 B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후 폭행했으며 경찰은 마침 112에 연결된 전화 덕에 현장에 출동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보복을 우려해 한 달간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격리하는 잠정조치 4호도 거부됐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범죄의 경중과 재범의 위험 여부를 고려해도 구속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진보당 경남도당과 경남여성연대는 경남도청 앞,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불벌죄 폐지 ▲스토킹 피해자보호법 상정 ▲‘지속적, 반복적’으로 명명한 법문 개정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 사유 2항 적용 ▲가해자 구속수사 등을 촉구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가해자를 불구속하는 건 여성의 공포와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 안일한 대응이자 참담한 판결”이라며 “안일한 대처와 미약한 처벌로는 여성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당이 제시한 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신변보호 조치는 989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 신고가 1323건에 이르렀다.
도당은 “545명이 형사 입건됐으나 그중 22명만이 구속됐고 나머지 523명은 불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올해 사법 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21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나리 경남여성복지상담소장은 “스토킹 처벌법은 2021년 제정 당시부터 반의사불벌죄로 논란이 많았다”며 “합의하자는 가해자 위협에 못 이겨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가해자를 처벌 못 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 사유 제2항에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게 위해 우려가 있는데도 적용되는 걸 못 봤다”며 “법 적용을 제대로 못 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건 사법부의 직무 유기”라며 날을 세웠다.
이 소장은 “현행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는 가해자에게 피해자 주변 100미터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고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 지급, 피해자 주변 지역 순찰 정도”라며 “가해자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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