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은행감독委, 새 규제안 발표…연말 최종 도입 예정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운용·수탁·대출 등 업무 제한 전망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전 세계 은행들의 각종 규제 표준을 제시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은행권이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다룰 때 적용할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다듬었다. 법정화폐 등과 가격이 연동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자산의 위험성도 더욱 높다고 판단하며 보유액 상한을 설정했다.
5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에 대한 디지털자산 관련 자기자본 규제 방안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은행이 디지털자산을 보유할 때 적용할 자기자본 규제에 관한 2차 공개협의안'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규제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협의안은 담보자산이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가격변동 위험성을 기준으로 분류를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디지털 자산을 디지털 채권이나 디지털 주식 등으로 토큰화한 경우(그룹1a), ▲법정화폐나 금, 원유 등의 상품을 담보로 하는 경우(그룹1b), ▲담보자산 없이 독자적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 및 알트코인(그룹2) 등으로 나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1년간 담보자산과의 가격 차이가 1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를 넘은 횟수가 3회 이하인 경우를 '그룹1b'로 분류하고 담보자산과 동일한 위험가중치를 적용했다. ▲1년간 이 가격 차이가 20bp를 10회 이상 넘어가면 최하 등급인 '그룹2'로 분류하고 위험 가중치를 1250%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밖에 ▲연간 담보자산과의 가격 차이가 10bp 초과 3회 이상, 20bp 초과 10회 미만인 경우에도 '그룹1b'로 분류했지만 위험가중치를 100%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이 안에서도 추가로 세분화했다. 그룹2에서도 디지털자산의 위험회피(헤지) 효과 여부에 따라 그룹2a와 그룹2b로 나누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그룹2a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파생상품 등으로 헤지를 해야 한다"라며 "기초자산인 디지털자산의 1년 평균 시가총액이 100억달러(약 13조6250억원) 이상, 일일 평균 거래량 5000만달러 이상 등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담보자산의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휘청이게 한 '루나코인' 등 스테이블코인의 사고 사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은행들의 관련 사업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기관투자가를 위해 디지털자산 관련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디지털자산 관련 투자펀드 설립 ▲보관 및 관리 등 수탁 업무 ▲담보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곽선호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가격변동 위험성이 큰 그룹2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라는 높은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부과된다면 이런 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사업도 보관 및 관리 업무 등 일부 제한된 영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런 리스크나 가격 차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전담조직 설치나 시스템 구축 등에 많은 부대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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