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1950년대 SF 몬스터 특별전'
'지구 최후의 날'·'우주전쟁'·'타란툴라' 등 상영
SF 영화가 도래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특수촬영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공상과학을 다루는 경우가 잦아졌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지구 최후의 날(1951)', 바이런 해스킨 감독의 '우주전쟁(1953)', 유진 로리 감독의 '심해에서 온 괴물(1953)'…. SF 소설은 물론 미·소 체제 경쟁, 원자폭탄 공포, 텔레비전 위협 등의 영향으로 일정한 제작 편수를 유지했다. 영화의 한 장르로 인정받으며 상상력의 도전과 기술의 진보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에서 '1950년대 SF 몬스터 특별전'을 한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제작된 이형의 존재가 등장하는 SF 영화 열네 편을 상영한다. '지구 최후의 날', '심해에서 온 괴물', '우주전쟁'을 비롯해 크리스찬 나비 감독의 '괴물(1951)', 고든 더글라스 감독의 '방사능 X(1954)', 로버트 고든 감독의 '놈은 바닷속으로부터 왔다(1954)', 잭 아놀드 감독의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1954)'·'타란툴라(1955)'·'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1957)', 돈 시겔 감독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금지된 혹성(1956)', 프레드 F. 시어스 감독의 '지구 대 비행접시(1956)', 나단 주란 감독의 '지구에서 2000만 마일(1957)', 혼다 이시로 감독의 '킹콩 대 고지라(1963)' 등이다.
하나같이 괴수, 괴인, 외계인 등이 나온다. 거대 괴수는 핵무기, 침략 행위는 냉전을 가리킨다. 통제에서 벗어난 과학을 공포이자 위협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부각하기도 한다. 후대 SF 영화의 캐릭터, 내러티브, 미장센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상자료원 측은 "'심해에서 온 괴물'과 '방사능 X'는 방사능으로 깨거나 태어난 괴수 영화의 효시이며 '우주전쟁'과 '지구 대 비행접시'는 우주 침공 영화의 원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괴물', '신체 강탈자의 침입'은 시대에 따라 리메이크돼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당시 몬스터들은 아날로그 기술로 만들어졌다. 위협적이기보다 귀엽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몬스터에게 없는 매력을 발산해 색다른 재미와 분위기를 제공한다. 특히 레이 해리하우젠이 특수효과를 담당한 '심해에서 온 괴물', '놈은 바닷속으로부터 왔다', '지구 대 비행접시', '지구에서 2000만 마일' 등은 동작 하나하나를 움직여 컷을 이어 붙이는 스톱모션 기술의 진수로 손꼽힌다. 훗날 거장 반열에 오른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팀 버튼, 샘 레이미 등에게 꿈을 심어주며 SF 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촉발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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