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방문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
"매매거래 거의 실종 상태" 입모아 말해
매수세 감소에 호가 내리는 경우도
임대차 거래는 조금 나은 수준이나
이전과 달리 전세보다 월세 문의 많아
노원구 뿐만 아니라 마포구도 마찬가지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매물이 계속 쌓이는 상태에요. 저희 다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최악이에요."(마포구 A 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상황이 어떻냐고요? 장사 안되니까 지금 인터뷰하고 있죠. 오늘 문의조차 한 건도 안 왔어요"(노원구 B공인 관계자)
5일 오후 방문한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4차 일대.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공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내 취재 목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안 그들은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에 금세 실망한 눈치였지만 한가했던 사무소에 오랜만에 방문한 외부인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모습이었다.
강북 부동산 거래 절벽…"호재 있어도 매수인 찾지 않아"
일대 공인 관계자들은 "매매거래가 거의 실종 상태"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8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96건으로 지난해 동월(513건)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 월계동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거의 휴업상태"라며 "이 단지같은 경우 역세권에다가 개발계획까지 있어 떠오른 단지였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호재가 있다고 해도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매매거래 정체에는 매수세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 C공인 대표는 "매물은 계속 나온다"며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하니까 내놓는 사람도 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발표하니까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매수인의 경우는 다르다"며 "급매가 나오더라도 매수인으로서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생각해서 잡지도 않는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8로 지난 5월 9일 이후 9주 연속 내림세다.
이에 매매가격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삼호4차(50.18㎡)의 경우 지난달 두 건이 매매됐는데 모두 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영끌족 수요 상승으로 활황을 띠었던 지난해 7월엔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른 강북 지역 자치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89㎡)'는 지난해 9월 19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6000만원 하락한 18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D공인 관계자는 "호가 자체가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9억을 넘겼던 비슷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1억 정도 떨어져서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이버부동산에는 동일면적 매물이 18억5000만원 정도에 올라와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하반기 주택시장 점검'
"문의량 월세>전세>매매 순"…금리 인상 탓 바뀐 거래 양상
임대차 거래는 매매보다는 나은 수준이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전세 거래가 이전만 못 한다는 것이 두드러진 변화다. 서울부동산거래광장(7일 기준)에 따르면 노원구와 마포구의 올해 상반기(1월~6월) 임대차 전체 거래 중 전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3.46%, 53.92%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68.72%, 62.85%였던 것과 비교하면 5.26%포인트, 8.9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올 상반기 수치의 경우 6월 계약 분이 모두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은 원래 1~2주 정도면 소화되는데 요즘은 한 달 정도 매물이 머문다"며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이사 수요가 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대신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면서 높은 가격의 보증금에 약간의 월세를 내는 반전세 거래는 늘었다고 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대출 금리와 월세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임차인으로서도 전세가 월세보다 자금 보전 면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포구 A공인 대표는 "문의량을 따지자면 월세 수요가 가장 많고 그다음 전세, 매매 순이다"며 "이전에는 전세가 더 인기가 많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월세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 삼호4차 인근 E공인 관계자 역시 "월세는 수요보다 공급이 조금 달리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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