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아이들 없게…지자체, 민간, 자영업자들 노력
홍보 등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 숙제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오늘 한 번 더 먹을 거예요. 금요일에 나오는 특별식이 있는데 그때가 제일 좋아요."
기장밥, 청국장찌개, 목살찹스테이크, 호박나물, 열무김치, 오렌지주스…일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가 아닌, 취약가정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식당에 있는 식단표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구천면로에 있는 강동어린이식당은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어린이 식당으로, 맞벌이 부부 및 저소득 취약가정 아동에게 건강한 저녁 한 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운영시간은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며 한 끼 식사 금액은 2500원이다.
현재 30명의 아동이 이 식당을 찾는다. 기존 돌봄시설 미수혜 아동 중 맞벌이 저소득가정, 일반 맞벌이가정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다. 강동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강동구 소재 초·중학교에 다니는 만 6세 이상~만 15세 이하 아동이 대상이다. 반기에 한 번 이용 신청 대상자를 선정한다.
식당은 아동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영양사 A씨는 "근처 천호초등학교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천호초 메뉴와 겹치지 않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만든다"며 "단체 급식이 아니다 보니까 아이들 취향을 많이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어린이식당을 찾는다는 천호초등학교 6학년 B군(13)은 "금요일에 나오는 스파게티, 떡볶이 특별식이 있는데 그때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방학이 있는 7월에는 먹거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A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생활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구청 아동청소년과 청소년지원팀 관계자는 "저소득 맞벌이 등 취약계층 아동 비율이 높은 암사?천호동 지역의 혼자 밥 먹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식당의 필요성이 대두됐었다"며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이며, 전문적인 지원과 돌봄을 위하여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하는 구천면로 강동어린이식당이 개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식당도 있다.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경기 군포시의 아동·청소년 전용식당 '밥먹고놀자'다. 올해 1월 문을 연 밥먹고놀자는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없이 오로지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어린이 식당이다. 아동·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식당을 방문해 무료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밥먹고놀자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식당에 오는 아동은 50여 명 정도다. 식당 배식과 더불어 직접 만든 도시락 100여 개를 도시락을 신청한 아동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김보민 이사장은 "코로나 시기 방학 동안 밥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반찬 배달 사업과 푸드 트럭 사업을 진행했다"며 "안정적으로 조리하고 아이들이 찾아와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린이 식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식아동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이 식당을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이른바 '착한 가게'도 있다. '선한영향력가게' 캠페인은 지난 2019년 서울시 마포구 '진짜파스타' 매장에서 시작됐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결식아동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자영업자가 동참하고 있다. 운영한 지 3년여 만에 현재 전국의 선한영향력가게 수는 3700여 개에 이른다.
선한영향력가게를 찾는 결식아동 수는 많지 않지만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하모씨는 2년 전 선한영향력가게 회원이 됐다. 하씨는 "일주일에 많으면 세 번 정도 온다"며 "근처에 있는 분들이 오는 경우도 있고 멀리서도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선한영향력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다"며 "다른 지역에 선한영향력가게 수가 적으니까 인천같이 타 지역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구에서 쌀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이동훈씨(42)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오는 한 학생이 있다"며 "그 학생 한 명 말고는 아직 다른 친구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한영향력가게를 방문하는 결식아동 수가 적다는 아쉬움도 있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하모씨는 "내가 사는 지역 어디에 무엇이 어떻게 돼 있는지 검색하는 게 생각보다 불편하다"며 "아이들이 가게에 오려면 아무래도 홈페이지가 편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한영향력가게라는 사실을 자영업자 스스로 홍보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가게 홍보 수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이들이 좀 더 알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플래카드 같은 것을 붙일까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홍보한다고 오해할까 싶어 그런 걸 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어린이식당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찾아오는 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식당에 직접 오지 못하는 아동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정호 청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 기관 시설이나 푸드뱅크 전달 체계 등을 활용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배달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어린이식당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어린이식당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식당 운영 이외에도 아동들을 위해 폭넓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린이식당 취지는 살리면서 지자체 실정에 맞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어린이식당 운영을 비롯한 아동복지는 큰 흐름 속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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