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치 일정 질문엔
"정해 놓은 것 없다" 말 아껴
"인생의 중요한 기로마다 마음 속에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제 마음속에 'brutal instinct'가 있다고 생각하고 야수의 본능이라고 번역을 제가 했습니다만은 거기에 물어보고 늘 그렇게 살았습니다. 남의 말 너무 많이 듣지 마시고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 건지. 한 번 밖에 안 사는 인생인데 여러분, 본능이라는 게 충동이 아니라 남한테 배우고 이런 게 아니라 여러분 안에서 정말 내부에서 원하는 들리는 목소리가 뭐냐 그걸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많은 분들께서 (기념회를) 1년 전에 하지, 대선 경선 전에, 경기도지사 경선 전에 좀 하지 이제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런 지적을 해주셨는데(웃음) 지금 다 지나고나서 매우 사심없는 출판기념회 되어서 홀가분한 기분"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5년 만에 신간을 낸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 후 51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기념회를 정계 복귀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였지만 유 전 의원은 책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 전 의원이 말한 야수의 본능은 그가 걸어온 정치 역정을 비추어 볼 때 소신(굳게 믿고 있는 바, 또는 생각하는 바)으로도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신념에 따른 소신을 지키는 정치를 해왔지만 이런 소신은 그의 정치 인생을 가시밭길로 밀어 넣었다. 대선 경선 시절 내내 따라다녔던 '배신'이란 수식어는 그가 여당 원내대표이던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생겨났다. 유 전 의원이 '정부의 세금 부족을 인정하자', '창조경제는 경제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국회가 정부 시행령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한 마디로 유 전 의원을 찍어내렸다. 며칠 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우리 헌법 제1조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김세연 전 의원이 한 축사는 이런 맥락을 잘 대변한다.
"처음의 말과 나중의 말이 똑같이 일치하고 어떤 자리에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말과 행동이 이렇게 일치하는 분을 정치권에서는 물론 다른 사회인으로도 뵙지를 못 했다. 그런데 동시에 '모순적인 정치인'이신 것 같다. 한국 정치권에서 그동안 생존해올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반면 이렇게 원칙대로 하면 매번 어려움을 많이 겪는구나 절망도 주신다. 함께하는 분들께 훌륭한 정치인이 계시다는 것이 행복감을 주는 원천인 동시에 아까의 절망의 순간엔 고통을 주셔서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정계 복귀 계획을 묻는 질문에 유 전 의원은 선을 그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기자와 만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생각을 좀 해볼 거예요. 아니 정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내가 진짜 새로운 일을 하면 뭘 해야 될 거냐 그거를 열심히 생각해보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날 유 전 의원을 응원하기 위한 발길은 이어졌다. 현역 의원으로 강대식·김예지·신원식·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방위원 때 인연을 말미암아 방문했다. 김세연·김성동·오신환·진수희 전 의원도 참석했다. 막바지엔 이준석 대표와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등도 함께 해 힘을 실어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아쉬운 1년이 있으면 또 행복한 1년이 있는 것이고 그 다음에 또 어느 순간에 노력한 것이 항상 보상받기 마련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분이 바라는 방향으로 정치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다보면은 빛을 본다라는 확신을 저는 갖고 있다"면서 "저는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기념회가 끝난 뒤에도 4시간여 동안 책에 사인을 받고 싶어하는 2030 세대 남성들과 4050 세대 여성들도 자리를 지켰다. 유 전 의원은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고 인사했다.
저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내고
서울 강남에서 출판기념회 열어
"사심없어 홀가분한 기분"
그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영혼 있는 대통령, 영원 있는 대통령'이란 구절을 책 속에서 꼭 하고 싶었던 말 중 하나로 꼽으며 "제가 만나본 대통령, 국회의원, 관료들 중에 그냥 출세에만 그게 뭐 지상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 거기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출세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만은, 나라 전체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 그거는 영혼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한테 달려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관료들이든 이런 사람들이 그런 게 없으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 50년, 100년 후에 자손들에게 정말 더 나은 살기 좋은 대한민국 물려줄 수 있겠느냐 생각해보시면 그건 아니다. 영혼을 강조하는 이유가 사실 그런데 있었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유 전 의원의 야수는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는 홍 교수의 마지막 질문에 유 전 의원은 "저에게 자꾸 새로운 길을 찾아라, 저보고 그냥 편하게 놀 생각을 하지마라 뭔가 그래도 이렇게 그만큼 저는 혜택을 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우리 공동체의 무언가를 그게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돌려주라(돌려줘라)' 그런 이야길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이 뭔지 구체적으로 뭔지 아직은 이야기를 안해줬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 제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책에 쓴 대로 저도 더 충실하게 야수의 본능을 따라서 남은 인생을 뜻있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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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작년 이맘 때만 이 책이 출간 됐어도 한국 정치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역사가 좀 바뀌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을 살짝 느꼈다"는 진수희 전 의원의 말처럼 유 전 의원이 내딛으려는 '새로운 길'이 어떤 미래의 길목일 지 기대해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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