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세계 각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가운데 유독 일본에서는 반응이 잠잠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각국 평단의 호평을 받는 파친코가 정작 작품에 영향을 준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저스틴 맥커리 도쿄 특파원은 파친코가 보편적인 이주 경험을 연상시키면서도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불편하고 쓰라린 역사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맥커리 특파원은 특히 일본이 파친코를 외면하는 이유로 일본 주류 사회의 역사 인식과 우익 성향 언론 보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과 우익 세력의 법적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주전장은 일본 우익과 민족주의자,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는지에 대해 다룬 영화다. 개봉 후 우익 성향 인사들이 영화에 인터뷰 장면이 동의 없이 사용됐다며 배급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바 있다. 당시 데자키 감독은 TV뉴스에서 주전장을 내보내지 않을뿐더러 재판 결과를 일본 진보 성향 매체조차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이는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아베 신조 총리의 장기간 집권으로 일본이 위안부와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려는 시도가 축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로 인해 일본인이 기존에 받아들여진 역사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이다.
토코 오카 노리마츠 국제평화박물관네트워크(INMP) 공동대표는 "정치권의 그런 움직임이 일본 사회 전체에 편협한 분위기를 퍼뜨렸다"며 "일본인들은 일본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재일조선인을 차별한 가해자라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일본 정치권을 비롯한 주류 사회가 역사수정주의를 고집하고 있다고 맥커리 특파원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교과서 내용을 왜곡하거나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는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압박했던 것이 그 사례다.
한편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지난달 25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며 호평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한 데 이어 해외 매체에서는 "파친코는 모든 것을 갖췄다"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등 극찬이 쏟아졌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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