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기능 모두 삭제… 공수처·경찰 범죄만 수사 가능
경찰 영장 신청 사건만 ‘영장 청구’… 警 수사 통제 수단 없어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거대한 ‘공룡 경찰’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개시권에 이어 종결권까지 거머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발의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 재판에 넘기기 위해 검찰로 보낸 사건, 넘기지 않고 자체 종결했다가 범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이의신청한 경우 등에도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
1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개정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99% 이상이 민생범죄 또는 고소·고발 사건 등 일반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인데, 사실상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또다시 경찰이 수사하는 구조여서, 이미 결론을 내린 수사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의 법률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인 국민이 자신의 수사를 담당할 기관을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 전체가 찬성한 검수완박 법안을 보면, 기존 형사사법시스템상 수사 주체의 두 축이던 ‘검사(검찰)와 사법경찰관(경찰)’ 중 검사의 수사 부분은 통째로 삭제됐다. 검찰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의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에서 추가 범죄를 인지하더라도 검찰은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사라지게 되고 경찰의 수사 독점 구조가 되는 셈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모두 도려낸 법안이 나옴에 따라,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사건을 재판에 넘기고 그 재판을 담당하는 기능만 맡게 돼 모든 수사는 경찰이 전담해야 하는데,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경찰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검찰이 지난해 상반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4만784건) 중, 3개월 내 보완수사가 이행된 사건은 절반 가량(5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6개월이 소요된 사건은 1만3796건(19.1%), 6개월이 초과되거나 미이행된 사건은 1만7643건(24.3%)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이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는 사건은 3834건에 이른다.
또 같은 기간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 6583건 중 3개월 내 재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50%, 3~6개월, 6개월이 초과된 사건은 27.3%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재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은 22.7%에 달한다.
경찰 인력을 늘려 사건 처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경찰 수사관의 개별적 수사 역량 편차가 극심해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가 늘어나 보완·재수사 비율이 증가하면서, 결국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 것도 문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경찰은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법원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경찰만 검사에게 신청해 법원의 구속영장을 받게 했다. 개정안대로라면 검찰 단독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우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지만, 그 권한이 그대로 경찰로 이양돼 권력 구조가 나눠진 것이 아니라 재편된 모양새가 됐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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