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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자가 찾는 죽음의 진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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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자가 찾는 죽음의 진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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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원숙한 나이의 쾌활한 여자가 약간 흥분한 상태로 경찰서 문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말한다. “인근 1층 거물의 뒷마당에 있는 파티오(중정) 석판을 들어 올리면 시체가 있을 것”이라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했고 실제로 그곳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20여년 전 그 집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던 여자는 돌보던 노부인이 어느 날 죽은 채로 발견됐고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경찰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뒷마당에 묻어주었다고 진술했다. 두개골이 잘린 것과 관련해 여자는 “노부인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삽날로 머리를 잘라 비닐봉투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죽은 후에 두개골을 절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의인류학자는 두개골 골절 패턴을 근거로 최소 두 번 이상의 타격이 가해졌으며 두개골 뒤쪽은 둔기외상이 사망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여성은 살해 사실을 토로했고 법의 심판을 받았다. 사건 해결에 공헌한 법의인류학자는 책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의 저자이자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로 손꼽히는 수 블랙이다.


이처럼 법의인류학자는 뼈를 통해 ‘이름’을 잃은 자들에게 이름을 되찾아 준다. 대규모 참사, 테러로 DNA나 지문 증거로도 진상을 밝힐 수 없을 때, 살점이 부패되고 훼손돼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이름을 읽은 시체들로부터 말이다. 그들의 관심은 뼈 주인의 삶이 어떠했고, 그들이 누구였는가 이다. 뼈에 기록돼 있는 그 사람의 기록을 찾고,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 죽은 자들에게 이름을 찾아준다. 저자가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짧은 멜로디만 듣고 곡명을 알아내는 퀴즈 같다’고 말하는 이유다. 아주 작은 뼈 조각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니까.


뼈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나이, 사고 경험은 물론 머리카락 색과 채식주의자 여부도 밝혀낸다. 두개골로는 나이, 성별, 인종을 알아낼 수 있다. 척추뼈는 주로 시신 절단과 관련한 사실을 드러내며, 갈비뼈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때 가장 많이 노리는 부위라는 점에서 살해 무기를 밝히기에 좋다. 갈비연골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영향을 미치기에 트랜스젠더인지를 밝힐 수도 있다. 또 성장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면 성장이 멈춰 다리뼈에 가느다란 흰 선이 남게 되는데 이 해리스선(harris line)은 아동 학대 범죄를 밝힐 때 주요한 단서가 된다.


저자는 뼈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을 상세히 서술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 예시는 독자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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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수 블랙 지음 | 조진경 옮김 | 세종서적 | 444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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