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지방 아파트 53개 단지 중 30곳 미달
수도권서도 인천 '송도자이더스티' 530여명 계약 포기
올해 차주별 DSR 강화로 중도금 마련 더 힘들어져
아파트 분양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방 곳곳에서는 청약 미달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평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수도권에서도 미계약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부터 분양대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미분양 사태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 2곳 중 1곳 미분양 =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청약을 진행한 지방의 민간 분양 아파트 총 53개 단지 가운데 미달 사태를 빚은 곳은 30곳에 달한다. 두 곳 중 한 곳 이상이 입주예정자를 찾지 못한 셈이다. 대구의 경우 5곳 중 4곳 꼴로 미달됐으며 경남·경북·전남·전북 등 지방 곳곳에서 미달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707개 주택형 가운데 미달이 발생한 주택형은 총 117개로 전체의 16.5%에 달했다. 이는 569개 주택형 가운데 미달이 50개(8.8%)에 불과했던 전분기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비중이다. 앞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6.8%, 10.7%였다.
특히 지방은 지난해 4분기 공급된 439개 주택형 중 무려 117개가 미달돼 비중이 26.7%에 달했다. 1분기 11.7%, 2분기 15.8%, 3분기 14.4%였던 것과 비교하면 4분기 들어 급격히 분양 시장 분위기가 악화된 셈이다.
◇수도권도 분양 포기 속출 ‘이상신호’ = 수도권은 표면적으로는 분양 시장 여건은 낫다. 지난해 4분기 공급된 268개 주택형 중 미달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지난해 연간으로도 수도권은 2분기에만 6개 주택형이 미달됐을 뿐 1·3분기에는 단 한개 주택형도 미달이 없었다.
하지만 수도권 역시 속내를 보면 다르다.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GS건설이 지난해 11월 분양한 인천시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는 1순위 1533가구 공급에 2만156명이 몰리며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계약 과정에서는 30%가 넘는 530여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같은 지역에서 공급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 역시 평균 57.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96가구 중 38가구가 미계약돼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분양대금도 대출 규제…청약 거품 꺼지나 = 시장에서는 올해 지역· 단지별 청약 양극화가 더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부터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을 통해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3단계를 조기 시행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탓이다. 차주별 DSR 적용 대상 역시 하반기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이 경우 기존 대출이 있는 계약자들은 중도금과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약 또는 계약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일부 하락 전환되는 등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역에 따라 청약 심리도 주춤해지고 있다"면서 "올해 인기 지역에는 청약이 쏠리고 비인기지역이나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옥석 가리기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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