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하게 밀려드는 일거리, 납기 맞추려 관리직 투입 상황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특별연장근로 신고제 개선 등 입법보완 요구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김희윤 기자]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현실에 맞는 제도 보완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필요한 인력 확대와 추가 비용 부담 증가, 임금 감소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이직 등 고민이 깊다.
충남 예산의 필름가공업체 앰트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생산 직원 전원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했다. B2B(기업 간 거래) 영업을 통한 주문 제작이 많은 업종 특성상 생산직의 노동시간 감소는 회사에 큰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납기일 내에 제품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것은 하청업체의 숙명인데 근무시간을 채운 생산직원들이 퇴근하면 불규칙하게 밀려드는 일거리는 그대로 남게 된다. 결국 단순 포장 업무 등은 관리직까지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다.
김남훈 앰트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끝나고 일괄 적용되는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직원을 5명 정도 더 채용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 상황이 악화됐고 지난해 설비투자에 선지출한 금액을 회수하기도 전에 고용 인력까지 늘려야하니 운영상 걱정이 많다"고 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국회예산정책처(2018년) 자료 등을 인용해 발간한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종업원 30~299인 사업장의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12.3%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4%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향후 인력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거나 크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2.5%)이 서비스업(60.0%)과 기타 업종(78.1%)에 비해 인력난 심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또 응답자의 89.8%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향후 비용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거나 크다'고 답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중소기업 부작용 최소화 위한 입법보완 필요
충남 천안의 자동차 부품제조 기업 B사는 최근 주문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피해로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탓에 물량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사태가 잠잠해져 지난해 생산량을 회복할 경우 생산 인력의 20%를 확충해야 정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2조 2교대로 10시간씩 작업 중인데 3조 2교대로 4일 근무 후 2일을 쉬는 시스템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 업체는 전체 직원 220명 중 생산직이 170명에 달한다.
이 회사 김성우 공장장(가명)은 "자동차 부품업계 영업이익률이 3%대인데 코로나19 충격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인상된 최저시급에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까지 감당하려니 회사가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보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1개월→3개월) ▲특별연장근로제 신고제로 개선 ▲노사합의 시 일본과 같이 월ㆍ년 단위 추가 연장근로 허용 등이 주요 건의 내용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내년에 코로나19가 잠잠해져 글로벌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소비 폭증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미리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데 가장 시급한 부분이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이라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근로시간의 효과적인 단축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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