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일반 투자자 청약
공모가 2만4000원으로 결정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에도
공모주 청약 '로또' 잡아라
'영끌대출' 투자자 줄이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민우 기자] 최근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마친 30대 A씨는 잔금일까지 3개월가량 남았지만, 목돈을 그냥 두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다음 달 1~2일 예정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몰아넣기로 했다. 단기간이라도 자금을 불리고 싶다는 생각에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청약소식을 듣고 마음을 먹었다. 지난 6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이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했던 만큼 이번에는 경쟁률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고 신용대출까지 넉넉히 끌어쓰기로 했다. A씨는 "금융권에 재직 중이라 2~3%대 금리로 1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며 "청약에서 떨어져도 되갚으면 되기 때문에 부담없고, 청약신청이 되면 이자의 몇 십배는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가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카카오게임즈는 1999년 공모주 배정에 대한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기관이 참여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투자자들도 일반청약 참여를 위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을 가리지 않고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다 대출 받기)'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인 1479대 1 기록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인 2만4000원 결정
청약 눈치싸움…주관 증권사별 경쟁률 따라 차이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이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흥행을 기정사실화 했다. 지난 6월23~24일 진행된 SK바이오팜 청약 당시, 6년전 제일모직이 세웠던 30조649억원을 뛰어넘는 30조9889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성장 가능성 등에 힘입어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투자자들까지 몰린 결과다. SK바이오팜 일반 청약에 배정된 물량은 391만5662주였는데 총 12억6485만3070주가 신청되면서 경쟁률도 323대 1을 나타냈다. 치열한 경쟁률 탓에 증거금 1억원을 넣은 투자자들도 실제 배정받을 수 있었던 물량은 12~13주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도 이와 비슷한 열풍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카카오게임즈 수요예측 결과, 국내외 총 1745개 기관이 참여해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인 1479대 1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희망가 밴드는 2만~2만4000원이었는데, 공모가는 최상단인 2만4000원에서 결정됐다. 참여물량의 100%가 공모가 밴드 범위 상단 이상을 제시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되는 자금은 총 3840억원이다. SK바이오팜 경쟁률처럼 카카오게임즈도 3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 최소 360만원을 넣어야 1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쟁률이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이 400대 1일 경우 1억2000만원을 투자해야 25주가량 받을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신청 당시 첫날과 둘째날 모두 SK증권의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같은 증거금을 내도 주관 증권사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직장인 B씨는 "SK바이오팜 청약 때 똑같이 증거금 1억원을 똑같이 내고 어디서는 11주 받고, 어디서는 16주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도 첫날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중 경쟁률이 낮은 곳으로 골라야겠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무리한 대출을 통한 청약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 C씨는 "경쟁률이 2000대 1 가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3억6000만원을 넣어도 20주 이상 받기 힘들 수 있어 억대에 달하는 돈을 무조건 대출받아 청약하는 게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공모주 청약=당첨 예견된 '로또'
SK바이오팜, 상장 후 4거래일만 6배 가까이 폭등
'반짝 상승'에 주의…초기 흥행 뒤 주가 내리막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당첨이 예견된 '로또'로 여기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한 종목들 대부분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폭등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지난 7월2일 상장한 이후 4거래일만에 공모가인 4만5000원의 599%(26만9500원)까지 올랐다.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직원 10여명이 줄퇴사할 정도였다. 이들의 평균 투자 원금은 5억7918만원으로 1인당 평균 16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IPO 가뭄과도 같았던 지난 2월 상장한 나노소재 전문업체 레몬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 7200원의 155%(1만1200원)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 3월24일에는 2만320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SK바이오팜 이후 상장한 종목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16일 상장한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에이프로의 공모가는 2만1600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다음날에는 6만2900원으로 공모가의 291%까지 폭등했다. 위더스제약은 상장 당일 공모가의 257%(4만850원)을 도달했다.
다만 상장한 종목들 모두 반짝 주가 상승에 그쳤다. 상장 초기의 흥행과 달리 대부분 내리막을 걸었다. 가장 덩치가 큰 SK바이오팜도 최고가 26만9500원을 기록한 지 열흘 만에 17만7000원(7월17일)까지 내려앉았다. 이날 오전 9시50분 기준으로도 16만원 중반대를 보였다. 에이프로도 지난 24일 3만3000원까지 내려갔다. 한 달 만에 최고가 6만2900원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위더스제약은 지난 21일 1만9150원까지 내려가며 공모가의 120%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을 기대하며 참여했던 공모주 청약이 일종의 1회성 복권과 같은 이벤트로 바뀌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 등이 제약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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