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따라 홍콩을 탈출하려는 홍콩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이민신청이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대만으로 가고자 하는 홍콩인들의 숫자가 압도적이라고 알려져있죠.
대만정부도 홍콩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30일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을 두고 기자회견에서 "홍콩이 반환 이후 50년간 그대로일 것이라 약속했던 중국이 약속을 어긴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만에 이주코자 하는 홍콩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대만에서 중국 문제를 관할하는 기구인 대만 대륙위원회에서는 홍콩 이민대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홍콩인들을 '난민'이라 부르면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죠. 첸밍퉁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은 대만 타이페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을 난민으로 불러선 안된다. 대만과 홍콩·마카오간 관계를 정립한 홍콩·마카오 관계조례에 없는 용어이며, 폄하하는 의미로 들릴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물론 대만 법상에 홍콩인들은 어디까지나 대만 자국민이기 때문에 해외 난민 구조가 아닌 자국민 구조에 준해 이민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죠.
사실 대만, 즉 중화민국은 자국 헌법상 여전히 중국 전토에 있는 중국인들을 자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지배 중인 중국 전토는 미수복지구로 분류돼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북한지역을 미수복지역으로, 북한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상황입니다. 1997년 홍콩 반환시에도 대만정부는 실제 반환받아야할 나라는 자국이라고 주장했지만, 열강들에 의해 묵살되기도 했습니다.
애초 대만을 대하는 홍콩인들의 감정은 미묘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영국 식민지 당시 홍콩인들에게는 중국이나 대만이나 똑같이 '외국'일 뿐이었는데, 당시 대만정부는 대만 체류 홍콩인을 자국민으로 대한다며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면서 사이가 멀어졌죠. 6개월 이상 대만을 체류하는 홍콩인들에게 입영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이로인해 홍콩사람들은 대만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97년 홍콩반환 당시에는 중국이 아닌 대만정부로 반환을 원하는 홍콩인들이 많았고, 이를 주민투표로 부쳐야한다는 여론도 강한 상태였지만 영국이 일방적으로 중국과 반환협정을 체결해버리면서 좌절됐죠.
대만 내의 여론도 복잡합니다. 대만에는 양안관계의 친밀을 바라는 친중파 세력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홍콩 주민들을 받는 것에 대한 반감도 여전합니다. 대만정부가 홍콩 주민들을 받아들여 대만과 중국간 군사적 긴장감이 강화되는걸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대만이 중국과 서방간 군사적 대결의 장으로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죠. 영국은 홍콩반환 당시 중국과 맺은 중·영공동선언에 일국양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중국에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넣었고, 군사적 개입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영국이 미국이나 다른 서방 동맹국들과 함께 홍콩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과 국지적인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죠. 중국정부 또한 매우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향후 군사적 충돌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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