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화제다. 지난 연말 또 다른 음식 주문 서비스 '요기요'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와 5조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합병(M&A)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되었다는 냉소적 반응부터 독점을 통해 이용자의 이익이 저해되거나 음식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거나 심지어 공정위가 합병을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일이 갖는 의미와 스타트업의 긍정적 가치가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좁게 보더라도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업가치 1조2000억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 400개 이상, 우리나라에는 10개가량이 있다. 세계 5~6위 정도로 숫자가 적지 않지만 글로벌 무대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는데, 5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앞으로 우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양사 간 계약 내용은 단순히 기업을 매각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시장이라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한국시장을 포함해 아시아 전체 시장을 총괄하게 되며 김봉진 대표는 합병법인의 주요 주주로서 글로벌 경영에 참여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하나의 실험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내는 혁신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집중돼 있고, 필연적으로 글로벌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음식배달 등 '푸드테크' 역시 글로벌 강자들이 있고 우버, 그랩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와 융합하고 있다. 우리의 인재들이 아시아시장과 글로벌 경험을 축적하면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의미는 한 기업의 성과가 아닌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다.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반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약점 또한 많다. 성공적으로 기업가치를 실현(exit)한 롤모델 사례가 많지 않다든가, 투자자본의 규모가 작다든가, 글로벌 생태계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든가 하는 것이다. 무일푼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 10여년 만에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는 이번 사례는 스타트업 창업자들뿐만 아니라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성공적인 투자 회수를 경험한 국내 벤처캐피털(VC) 역시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이고, 신규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투자 선순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진입장벽이 없는 디지털경제의 특징상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쉽게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거래비용을 높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해 경쟁자의 진입을 막으려 하는 것이 보통이다. 김봉진 대표는 국내시장에 상장하지 못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도전에 나선 것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 상장을 통해서는 '배달의 민족'이 3조원 이상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배달의 민족' 사례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한 긍정의 의미로 정당하게 평가되기를 바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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