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0 전망
가성비에 가심비 더한 ‘플라시보 소비’ 추구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1인 가구 증가, 혼밥·혼술문화 확산 등에 따라 올해 식품·외식업계 트렌드도 변화할 전망이다.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까지 더한 ‘플라시보 소비’ 트렌드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0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외식산업 주요 트렌드는 ▲그린오션 ▲Buy me?For me ▲멀티 스트리밍 ▲편리미엄 외식 등 4종이다.
대체육 시장 확대
그린오션의 대표 주자는 대체육이다.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환경 파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체육은 환경과 생명윤리의 가치관으로까지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식물성 고기 즉, 대체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린오션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23년까지 약 27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식품외식업계에서도 대체육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콩으로 만든 햄버거 맥비건을, 버거킹과 델타코는 육류 대신 콩 단백질로 만든 신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네슬레도 채식 버거를 출시했고, 식물성 대체육 업체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 돈리팜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정부가 올해 식품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성장 가능성이 큰 5대 유망 분야로 ▲맞춤형ㆍ특수식품 ▲기능성 식품 ▲간편식품 ▲친환경식품 ▲수출식품 등을 선정하고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 분야 시장 규모를 지난해 12조4400억원에서 2022년 16조9600억원, 2030년 24조85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푸드는 지난 4월, 2년간의 개발 끝에 엔네이처 제로미츠 브랜드를 통해 너겟과 가스 2종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 4만개 이상 판매됐다. 내년 함박스테이크 타입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동원F&B는 미국에서 비건 버거 신드롬을 일으킨 대표적인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를 단독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지난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2만5000팩(패티 갯수로 5만개)을 달성했고 월 평균 판매량이 12%씩 증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온라인몰(동원몰ㆍ마켓컬리ㆍ올가푸드 등)과 일부 백화점 현장에서 판매 중이며 지난 6월부터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완제품 버거 형태로 팔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대체육을 이용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CU는 지난 11월 100% 순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도시락, 버거, 김밥)'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품에 사용되는 모든 고기는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고기로, 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 풍부한 육즙을 재현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 11월 식물성 고기로 만든 '언리미트 만두'를 출시했다. 언리미트 만두는 3분 렌지업만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냉동만두 상품으로 갈비맛, 김치맛 2종으로 구성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 컴퍼니'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 제품은 '언리미트'로 불리는 대체 육류 식품을 썼다. 언리미트는 현미, 귀리, 견과류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다. 단백질 성형 압출 기술로 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했다. 100% 식물성 콩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쓴 햄버거와 김밥도 선보였다.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350여 곳의 채식 식당이 운영중이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이태원의 몽크스부처, 합정의 쿡앤북, 망원의 다이너재키와 어라운드 그린, 송파 송리단길의 씨젬므류르, 신사동 가로수길의 칙피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티마하우스 등이다. 온라인 식품몰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오아시스 마켓 등에서도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부터 소스와 간편식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중이다.
Buy me?For me, 나를 위한 소비
나를 위한 소비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개인의 가치, 취향이 세분화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 나를 위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고 있는 소비품목은 맛집 탐방이다.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저렴한 도시락 또는 가정간편식(HMR) 제품, 배달음식으로 한 끼를 대신하지만 고가의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거나 카페 투어, 수제맥주 투어, 미식 투어, 맛집 투어 등을 통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도 한다.
SNS 채널로 감성 공유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상과 경험,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외식소비 감성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콘텐츠와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소통되고 있는 채널은 유튜브다. 지난해 6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도 ‘백종원의 요리비책’이라는 유튜브를 시작, 최단 시간 100만 명 구독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32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괄도 네넴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23시간 만에 7만5000개가 완판되고, 한달만에 500만개가 완판됐다. 기존 제품보다 매운맛을 5배 가량 강화하고, 젊은층이 온라인 상에서 재미로 사용하던 단어를 제품명에 과감히 적용, 눈에 띄는 레터링과 디자인으로 인기 제품으로 등극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는 외식업소도 다수다. 장안동 골목 목욕탕을 개조한 듀펠센터 내 돈카츠전문점 콘반의 경우 외부에 간판도 없이 영업을 했지만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들의 인생돈카츠로 등극하면서 오픈 5개월 만에 도산공원으로 확장 이전했다.
편리함+프리미엄 추구 소비성향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함께 추구하는 소비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평소 간편한 편의점 도시락이나 HMR 등을 즐기지만, 이와 동시에 자신의 가치와 취향에 따라 편리하지만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 디저트의 고급화 추세다. 전문점에서 맛보았던 롤케이크, 시폰 컵케이크, 에클레어, 푸딩, 치즈케이크, 마카롱, 마들렌, 휘낭시에 등 종류와 가짓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외식과 IT기술의 융합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고객편의를 극대화한 배달외식이 많아진 가운데 배달음식을 먹더라도 미식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되고 있다. 원거리 음식 배달서비스 스타트업 기업 ‘미래식당’은 지역의 별미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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