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취약한 2030
성인 10명 중 6명 일상생활에서 외로움 경험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이 더 외로움 느껴
[아시아경제 김수완 인턴기자]#입사 1년 차 직장인 A(27) 씨는 입사 후 일주일에 3번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덜 외롭기 때문이다. A 씨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회사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는 일이 잦다"며 "'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쉬는 날 혼자 있으면 외로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내향적 성향이라고 소개한 직장인 B(30) 씨는 직장생활 3년 차지만 여전히 대인 관계가 어렵다. B 씨는 "직장생활 초반엔 사람들을 자주 만났지만 아무래도 일회성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허함은 사람을 만난다고 채워지진 않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 대인관계에 문제가 없어도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20~30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청년들이 겪는 '외로움' 현상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받아들일 사회와 조직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년세대인 20대에서는 67.2%, 30대는 64%로 일상에서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느끼는 원인도 다양하고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0.2%, 중복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딱히 만날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37%)라는 응답은 그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이 외로움을 더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BC와 영국 대학교 3곳의 학자들이 최근 전 세계 55,0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에 대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공동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은 27%만이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변한 것에 반해 16~24세 젊은 층은 40%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외로움'은 젊은이보다 노인이 더 많이 느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노인보다 젊은이가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취준생) C(26) 씨는 "취준생 입장이다 보니 남들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해 직장인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열등감이 못나 보이는 건 알지만 나쁜 생각만 들고, 나는 언제 취업하나 신세 한탄만 하게 된다"며 "너무 우울한 날에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잠만 자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취준생 D(25) 씨는 "친구에게 취직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취업 준비를 했었던 터라 더 부러웠다"라며 "친구가 잘돼 기쁘고 축하하는 마음이 컸지만 이와 반대로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D 씨는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께도 털어놓을 수 없다. 부모님께 힘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니까 너도 열심히 해야지', '네가 못나서 그런 거다',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 등 자존감을 깎는 말들이다"라며 "이 때문에 취업 스트레스에 힘들어도 혼자 감당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적 외로움은 필수불가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지난 9월 YTN 라디오에서 "특히 20대의 경우, 취업 스트레스를 겪거나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받아들일 사회와 조직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빠른 시간에 발전하다 보니 때로는 여기서 낙오되거나 소외감을 겪는 분들이 생기곤 한다"라며 "(이들에게) 주변의 누군가가 다가가서 도움을 주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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