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 산업현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면서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이 줄어들고, 일상에서도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외골격 로봇은 사람이 몸에 착용하고 근력이나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즉 사람의 동작을 보조하는 기계장치입니다. 그동안 외골격 로봇은 주로 군인이 착용 신체 능력을 강화해 무거운 짐을 들고 행군하거나 신체 마비 장애인의 움직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장치의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동작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실용화가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산업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들이 개발·보급되자 다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상용화도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건설 현장이나 공장, 물류관리 현장 등에서 오랜 시간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반복적 작업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의 피로가 줄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되면서 외골격 로봇을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아이언맨' 처럼 높은 기술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최근 개발된 외골격 로봇은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는데는 탁월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외골격 로봇은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와 로봇회사 엑소바이오닉스가 함께 개발한 '엑소베스트(Ekso Vest)’입니다. 자동차 밑에서 무거운 전동공구를 들고 위를 보며 온 종일 나사를 조립하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엑소베스트를 착용하면 2~7kg 정도의 공구 무게는 엑소베스트가 들어 올리고, 버팁니다.
미국의 공장 2곳에서 시범 사용한 결과, 엑소베스트는 팔과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40% 감소시키고, 작업자의 부상 발생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고무된 포드는 지난해 8월 엑소베스트를 전 세계 7개국, 15개 공장의 작업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엑소베스트의 장점은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들어올리면서도 유압장치를 이용해 무게를 재분배할뿐 어떤 동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충전과정이 필요치 않아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러자 BMW, 아우디 등 독일의 자동차 기업도 외골격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고, 최근에는 위를 올려다보며 작업하는 자동차 작업현장의 필수장비로 자리잡는 분위기입니다.
발등에 불떨어진 한국도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조하기 위해 무릎관절 보조 로봇인 '첵스(CEX, Chairless EXoskeleton)'를 개발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엑소베스트를 본뜬 듯한 '벡스(VEX)'도 개발했습니다.
첵스는 무게 1.8kg로 가벼운데 반해 최대 150kg의 체중을 버틸 수 있는 앉아서 작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외골격 로봇입니다. 사용자의 키에 맞춰 길이와 앉는 각도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첵스를 착용하면 허리와 하반신 근육 활성도가 40% 정도 줄어들고,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 효율성도 높여준다고 합니다.
벡스는 무게 2.5kg으로 착용자의 체형과 근력 및 작업 용도에 따라 길이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최대 5.5kg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엑소베스트처럼 전기 공급이 필요 없는 외골격 로봇입니다.
천이나 와이어로 제작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초경량 외골격 로봇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앙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엑소수트(Exosuit)는 관성측정센서와 구동기가 장착된 조끼, 허벅지에 차는 벨트가 와이어로 이어져 있는데 모두 천 소재로 제작돼 전체 무게는 5kg 정도입니다.
엑소수트는 입고 걷거나 뛸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실험결과 걸으면 자신의 몸무게를 7.4kg 더 가볍게 느끼고, 뛰면 5.7kg 더 가볍게 느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엑소수트의 무게를 40% 이상 줄이고, 장애인과 일반인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엑소수트가 향후 몇 년 안에 실용화되면, 옷처럼 편하게 외골격 로봇을 걸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걷거나 뛸 수 있게 됩니다. 착용자가 걷다가 달리면 관성측정센서가 이를 감지, 최적화된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관절이 받아들이는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주고, 에너지 소모량은 걸으면 9.3%, 뛰면 4% 줄어든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일하는 택배원이나 조깅하는 주부, 스틱도 없이 외골격 로봇을 입고 가뿐하게 산을 오르는 노인을 흔히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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