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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는 어떻게 되나요” 가로수 가지치기, 때아닌 새 둥지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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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는 어떻게 되나요” 가로수 가지치기, 때아닌 새 둥지 수난 24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로수에 둥지를 튼 새들이 위태롭게 앉아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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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어? 새 날아간다, 저기 둥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최근 각 지역 구청에서 도로 정비 사업의 하나로 가로수 가지치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로수에 둥지를 틀고 지내던 새들이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가지치기 과정서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사실상 둥지가 훼손되거나, 상황이 심각할 경우 둥지를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24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도로 가로수 가치지기 사업이 진행됐다. 가로수의 대형화와 뿌리 돌출로 인해 요철이 심한 보도블록을 정비해 시민 생활 불편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벌어지는 ‘새 둥지’의 훼손이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지켜보던 한 30대 직장인은 “가치지기 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저 새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새 둥지는 어떻게 되나요” 가로수 가지치기, 때아닌 새 둥지 수난 가로수 가지치기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행인들 역시 가지치기 작업 과정 중 화들짝 놀라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생태적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태적 감수성이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이 자연과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말한다. 자연이 무한대로 자신을 분열하며 자신 생명을 나누어 주듯이 그 무한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다시 되돌려 주려는 생태적 나눔의 의미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구청 관계자는 가지치기 사업 중 발생하는 ‘새 둥지’ 훼손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통 둥지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라면서 “만일 주민분들의 보행 안전과 관련해 가지치기해야 하는 상황에 둥지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작업하겠지만, 이런 상황은 특별한 상황이다. 보통은 둥지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새 둥지는 어떻게 되나요” 가로수 가지치기, 때아닌 새 둥지 수난 서울의 한 가로수 길.사진=연합뉴스


한편 전문가는 가지치기 작업은 생태적 관점에서는 매우 비생태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주민들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태교육, 생태체험, 숲학교 등을 운영하는 ‘숲 연구소’ 소장인 남효창 박사는 “가로수는 생명체이지만, 인간에 의해 가꾸어지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관리되는 나무들이다”라면서 “그 관리의 주체 지자체이고,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는 도시민의 안녕에 있다. 도시민들의 편리와 편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매년 실행되는 가지치기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생태적 관점에서는 매우 비생태적이며, 지극히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은 관리 방법”이라면서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좀 더 체계적이고 가로수 각각의 수종을 고려하고 세심하게 살펴 그 특징에 맞는 관리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같은 종류의 나무라하더라도 처해있는 환경적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박사는 “예를 들면 어느 가로수에 새 둥지가 있다면 귀찮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반길 일이다. 살기 좋은 건강한 도시를 꿈꾼다면, 그에 따른 관리 정책이 요구된다. 건조한 도심 공간에 사는 시민들에게 상쾌함과 삶의 희망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을 하면 얼마나 값진 일인가”라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가로수를 관리하는 섬세한 정책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관심있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가로수의 특징을 파악하고 가로수 건강진단서를 작성하는 일, 가로수 생태도감 작성, 예컨대 광화문 가로수 생태도감 등 관심있는 시민들이 얼마든지 참여하며 살고 싶은 생태 도심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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