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겨울 가뭄이 계속되면서 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다리는 눈 소식은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겨울 가뭄이 더 심해진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미세먼지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메탄 등이 한반도의 기상변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겨울 다가기 전에 눈이 많이 와서 가뭄이라도 해소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의 눈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기다릴 때는 오지 않고, 내릴 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려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지요.
특히 도심에서의 눈은 천덕꾸러기가 분명합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사람이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눈 치워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제설작업이 또 고역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눈 예보가 있으면 제설차가 다니면서 미리 제설제를 뿌립니다. 주택가에서도 골목 어귀 등에 쌓아둔 제설제를 경사로 등에 미리 뿌려두기도 하지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설제가 염소(Cl) 성분이 함유된 염화물계 제설제입니다. 염화칼슘(CaCl2), 염화나트륨(NaCl), 염화칼륨(KCL), 염화마그네슘(MgCl2) 등이 대표적인데 이 가운데 염화칼슘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염화칼슘은 칼슘이온 1개와 염화이온 2개로 구성된 화학물질로 상온에서는 흰색의 고체상태로 물에 잘 녹습니다. 염화칼슘은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압도적이어서 자신의 무게보다 14배나 많은 양의 수분을 흡수합니다. 공기 중에 노출된 고체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녹는데 이 때 열을 방출합니다. 그 온도가 60℃에 육박할 만큼 발열 온도가 높습니다.
그러니까 염화칼슘은 자체적으로 수분을 흡수하면서 눈을 녹이고, 스스로 녹으면서 발생하는 열로 눈을 또 녹이는 셈입니다. 겨울철 눈이 녹아 길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요. 염화칼슘에 녹아 물로 변한 눈은 기온이 -54.9℃ 아래로 내려가야만 다시 언다고 합니다. 다른 염화물계 제설제로 녹인 눈은 -11~-33℃ 정도면 다시 얼어붙는 것과 대비됩니다.
가격도 다른 제설제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제설제로서의 효율은 염화칼슘이 최고인 것이지요. 19세기 벨기에에서 처음 염화칼슘이 등장했을 때 '제설제의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영 받았습니다.
염화나트륨도 많이 사용되는 제설제 중 하나입니다. 염화나트륨은 식용이 아닌 '공업용 소금'입니다. 제설제로 사용할 때에는 염화칼슘과 1:3 비율로 섞거나 기온이 낮으면 1:1 비율로 염화칼슘의 비율을 높여 사용합니다. 염화나트륨은 물에 다른 물질을 섞으면 어는점이 낮아지는 성질을 이용한 제설제입니다. 물이 얼기 위해서는 물 분자가 모여 단단히 결합해야 하는데 염화나트륨이 물(눈)에 녹으면서 만들어진 나트륨이온(Na+)과 염소이온(Cl-)이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을 방해합니다.
염화나트륨은 물에 녹으면서 염화칼슘과 반대로 주변 열을 흡수합니다. 따라서 러시아처럼 기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아주 추운 지방에서는 제설제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염화나트륨은 -8℃ 이상일 때 제설 효과가 가장 큽니다. 염화칼슘에 비해 부식성이 70% 정도 높은 단점이 있지만 염화칼슘보다는 쌉니다.
미국의 경우 염화나트륨의 가격이 염화칼슘의 20% 정도에 그쳐 염화나트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설 작업때 가격이 싼 천일염을 살포하기도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제설 작업에 소금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지하수의 오염 위험이 있는 지역 등에서는 사용량을 제한하는 등 환경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합니다.
염화칼륨과 염화마그네슘도 제설제로 활용되는데 둘 모두 염화칼슘처럼 물에 녹을 때 열을 방출합니다. 이 때문에 기온이 아주 낮은 지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염화칼륨은 흡습성은 뛰어나지만 토양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염화마그네슘은 염화나트륨보다는 낮지만 염화칼슘에 비해서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제설 효과는 염화물계가 뛰어나지만 단점이 뚜렷합니다. 가장 큰 단점이 '부식'입니다. 도로의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부식시킵니다.
도로의 교량 구간에 몇년간 계속해서 염화칼슘을 사용하면 철골 구조물이 취약해져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겨울철 제설작업이 끝난 뒤 도로마다 포트홀이 급증하는데 염화물계 제설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로도 녹이지만 차량도 녹입니다. 차량의 밑바닥에 달라붙은 염화물계 제설제는 금속을 녹슬게 합니다. 환경도 오염시킵니다. 염화물이 물속에 녹아 강이나 호수에 흘러가면 수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마시는 음용수의 오염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토양에 녹아 들어가 식물의 뿌리로 흡수될 경우 생장에도 영향을 미치지요.
인도나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이나 염화칼륨이 녹은 수분을 가로수가 빨아들이면 토양이 산성으로 변해 나무가 말라 죽기도 합니다. 땅속에 흡수되면 미생물의 활동을 방해해 죽은 땅으로 변해 풀도 살아 남지 못합니다. 신발에 묻은 염화칼슘이 말라 분진이 되면 호흡기로 들어가 인체에도 해롭습니다.
2005년 일본에서는 염화칼슘을 먹은 야생 조류들의 죽음이 보고된 적이 있고, 2010년 우리나라에서는 도로 주변 과수원의 나무들이 말라 죽자 제설제를 뿌린 한국도로공사의 잘못임이 받아들여져 과수원 주인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염화물계 제설제가 문제시 되자 친환경 제설제가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는 염화물계 제설제에 부식 억제제를 섞은 제설제 사용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미생물 등을 이용해 만든 제설제가 등장하는 등 각종 친환경 제설제가 등장하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어지는 '②눈길을 녹이는 과학, 친환경' 편에서는 친환경 제설제의 효율과 한계, 과학적 제설 방법 등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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