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도서관, 남성열람실 폐쇄 발표에 이용자들 반발
각종 여성전용 정책, 도입 초기부터 '역차별' 논란과 비판
전문가 "정책 수립 단계서 균형 있는 대안 마련 추진해야"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여성전용 정책을 내놓으면서 남성들의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로 평가되던 여성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 오히려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서다.
최근 서울 용산도서관이 남성열람실을 폐쇄하고 창의학습공간을 조성한다는 안내문을 붙이면서 때 아닌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열람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여성열람실은 두고 남성열람실만 없애면서 남성이용자들의 반발을 산 것.
애초 용산도서관 측은 여성열람실 이용율이 남성열람실보다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 역시도 큰 공감을 받지 못했다. 64석인 여성열람실 좌석점유율은 2015년 63.2%, 2016년 55.9%, 2017년 45.3%였으며 지난해도 4월까지 49.7%였다. 같은 기간 68석인 남성열람실 좌석점유율은 56.7%, 49.5%, 44.6%, 49.0%였다.
결국 용산도서관 측은 "창의학습공간 조성과정에서 변경된 학습실 이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남여공용 열람실(120석)을 남성전용(60석)과 남녀혼용(60석)으로 나누기로 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설 사용에 있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정책이 무분별하게 시행되면서 남성들의 반대 움직임도 커지는 모양새다. 애초 여성전용 정책들은 도입 시기부터 잦은 논란과 잇따른 비판에 시달려 왔다.
먼저 2008년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 일부 시외버스가 성추행 등 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전용 좌석’을 운영했지만,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등 역차별 논란을 일으켰다가 2015년 폐지됐다.
또 서울시가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여성우선 주차장’도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별다른 제재가 없고, 오히려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는 여성전용 시립도서관이 ‘지자체가 설립한 공공도서관을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한 남성의 진정에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전국 주요 대학교에 설치된 여학생 휴게실과 관련해서도 일부 남학생들이 남학생 전용 휴게실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지하철 남성전용 칸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남성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균형 잡힌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여성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왔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그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각종 오류들이 범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여성들에 대한 부당함을 없애려다보니 되려 남성들을 역차별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 양 쪽에 부당함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지를 한 번 더 검토하는 단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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