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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공기관 채용비리 '숨은 폭탄'은 공무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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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현장-단순업무직에 21만여명 근무
기간제 근로자에서 전환되는 과정 불투명
"채용 비리 개연성" 매우 높아
부산,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 실제 비리 드러나...전국적 만연 가능성
전문가 "인사 제도 개선 등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단독]공공기관 채용비리 '숨은 폭탄'은 공무직(종합) 한 지자체의 공무직 전환 평가. 자료 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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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경상남도는 최근 감사 결과 지난 6월 실시된 함안군 공무직 18명의 채용 과정에서 군의원·공무원의 지인들이 근무 경력 미달 등 부적격자임에도 대거 합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경수 도지사도 간부회의에서 “청년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대단히 심각하다"며 채용 비리 근절을 지시했다.

최근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공직 사회에선 채용 비리의 ‘끝판왕’은 서울교통공사가 아니라 ‘공무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엔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 자동으로 전환된 공무직들의 채용 과정이 불투명해 비리·특혜 의혹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선 이미 비리도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앙 부처,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즉 공무직은 21만1950명에 달한다. 교육기관이 10만4267명으로 가장 많고, 자치단체 5만2939명, 공공기관 2만4676명, 중앙부처 2만562명, 지방공기업 9466명 등의 순이다. 2017년 말 기준 공무원 숫자(104만8841명)의 5분의1이 넘고, 전체 공공부문 정규직 인력 184만8553명의 1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도로 보수, 가로수 가지 치기, 벌집 제거 등 현장 업무나 청소, 비서, 서류 전달 등 단순 업무를 맡는다. 월급은 수당이 적고 고위직 승진이 불가능해 비슷한 나이·직급의 공무원에 비해 훨씬 적지만, 평생 고용이 보장되고 윗사람들에게 시달릴 일이 없다는 점 등에서 ‘틈새 직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채용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 즉 해당 기관에 직접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 혹은 외부 파견·용역근로자로 채용돼 일하다가 최근 들어 정부, 지자체의 방침에 따라 2년 이상 근무·상시지속적 업무 등의 조건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이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이를 본격 추진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098명을 이렇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그런데 이처럼 ‘정규직’으로 향하는 비단길인 기간제 근로자의 채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실제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서울시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의 채용은 ‘사용 부서의 장’, 즉 과장급 공무원의 전결 사항에 불과하다. 또 시험없이 서류전형·면접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리도 매우 허술하다. 시의 경우 아직까지 공무직 채용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를 한 적도 없고, 향후 자체 점검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기나 체력 테스트를 하고 있고 자격증 요건도 따져 보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 작성한 채용 지침을 활용해 채용 비리 등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이미 일선에선 친인척 추천 채용 등 특혜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자식이나 친인척, 부인 등을 일단 기간제 근로자 채용에 응모하도록 해 취업시킨 후 공무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 알고 지내는 부서장과 면접 위원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로비하면 대부분 들어 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이 펴낸 ‘2017 인권침해 결정례집’에는 한 사업소 직원이 기간제 근로자인 20대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추행 하면서 “내 말 잘 들으면 공무직으로 전환시켜 줄게”라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 공무직 채용 과정의 비리 개입 개연성을 시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공무원노조도 지난 2월 "기간제 근로자가 되면 공무직이 되는 쾌속 열차를 탄 셈이 된다. 상시 지속적 업무 위주라지만 실제로 엄격하게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 지 설득력 있게 검증된 바가 없다"며 깜깜이 채용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시 담당 부서는 기사가 나간 후 "기간제근로자는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시 직고용 기간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대부분은 계절적인 녹지관리업무나 시설관리업무로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다. 업무특성상 필답고사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으로 채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다른 공공기관에선 비리가 발견됐거나 제보가 접수돼 감사에 돌입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인천 동구는 지난달 1일부터 계약직 공무원, 공무직 근로자 등에 대한 채용비리 감사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임 구청장 시절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제보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와 강서구에서도 지난달 감사 결과 공무직·기간직 채용 비리 의혹이 대거 적발됐다. 어린이집 교사 채용 과정에서 한 지원자가 자격증 4개를 제출했음에도 1개만 인정받은 반면 다른 지원자는 1개를 제출하고도 2개 점수를 인정받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경남 함안·김해시도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최근 공무직 채용 비리가 발견돼 통합 채용과 블라인드 면접 등 채용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6월 지방공기업들의 채용 비리를 줄이기 위해 채용 전 과정에 감사관 입회, 채용 서류의 인사·감사부서 동시 보관 등 채용 과정에 대한 상시 감독을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나 시민사회, 공무원노조가 인사 비리를 견제하고 추적해 시정하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사 절차도 객관적 채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하며, 인사위원회 등이 집행부의 그늘에서 벗어나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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