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테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 정세가 시시각각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두고 무장세력간 '전쟁'이 벌어졌지만, 이제는 예측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르는 식의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6년간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전쟁이 양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전쟁의 목표도 영토를 점령하는 것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하는 쪽으로 전략 목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은 정부를 구성한 뒤, 제대로 기능을 하게 만들어 탈레반 등을 격퇴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등 지원책을 펼쳤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프랜시스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탈레반은 정면승부를 통해서는 승리할 수 없고, 미국도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보니 양측 간의 대결 구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한 공격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더욱 많은 병력을 보내는 '증파' 전략이다. 군사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전략과 함께 미국의 제공권이 더해지면서 탈레반은 농촌 등 벽지로 후퇴해야 했다.
이 같은 압도적인 전력에 밀린 탈레반은 도시 근교에서는 정상적인 전투를 벌일 수 없게 되면서 게릴라 형태로 전투에 나섰다. 결국, 이들은 테러라는 '공포'를 선택했다. 테러 형태의 게릴라 공격의 경우 미군의 제공권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탈레반은 이를 통해 영토를 얻을 수 없을지 몰라도, 현재 중앙정부를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적 구성도 달라졌다. 아프가니스탄 동남부에 있는 칵티아, 팍티카, 코스트, 로가르, 가즈니 등 5개 주에서 활동했던 일명 하카니 네트워크의 시라주딘 하카니는 그동안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탈레반 서열 2위의 지도자로 군사 작전들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탈레반 사령관이었던 세이예드 아크바르 아그하는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는 같은 조직"이라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이 두 단체를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탈레반이 일정 지역일 점령해 정부로서 기능을 했지만, 점차 게릴라 조직화되면서 역학 역시 테러단체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 역시 탈레반의 전술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탈레반은 테러 형태의 공격에 대해 머뭇거렸지만, 이제는 이런 기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테러 공격을 벌였지만,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히는 것을 주저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탈레반이 자신들의 소속된 조직원을 다른 극단주의 경쟁 세력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테러 등에 나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년 전만 해도 탈레반은 병원 등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제는 아예 구급차를 공격 도구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29일(현지시간)에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무장단체는 보안이 철통같은 곳을 공격대상으로 정했다. 아프가니스탄 국방부는 이날 새벽 무장단체가 마셜 파힘 군사대학 근처에 있는 초소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 군인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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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7일에는 보안이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내무부와 외교가 근처에 구급차를 이용한 폭탄 공격에 나섰다. 이 테러로 100여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에 앞서 호텔을 향한 테러로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 모두 탈레반 소행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지난 24일에는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의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실에 이슬람국가(IS)의 자폭·총격 테러로 6명이 숨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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