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기조연설…'평화·촛불·사람·평창' 강조
트럼프와 달리 '평화' 32번 언급…北 리용호 불참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북한 대표단을 응시하며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르비아, 아이티 정상에 이어 세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22분 동안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문은 200자 원고지로는 46장 분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라는 '핵폭탄'급 발언을 쏟아내면서 문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은 총회에 참석한 190개국 대표단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북한 대표단 자리에는 2명의 인사가 앉아 있었으나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며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안보위기 해법과 관련 "도발과 제재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국제사회의 최상위 정치협의체인 유엔이 다자주의적 대화를 통한 평화실현이라는 유엔정신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해달라는 주문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면서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엔 헌장이 말하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해야 한다"면서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한반도"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라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2차례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19차례 언급됐으며, 다음으로 '북한'이 17차례였다. '전쟁'과 '국제사회'는 각각 11차례 등장했으며, '촛불'과 '사람' '한반도'도 열 번씩 언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 대통령 기조연설 직후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 유엔 총회 기조연설의 4대 핵심주제는 평화, 촛불, 사람, 평창"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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