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도발과 관련해 이란식 해법을 제안하며 "독일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즉각 '예스(Yes)'라고 답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해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외교적으로 중대한 시기였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북한 핵문제를 끝내기 위해서도 당시와 같은 형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폐기를 시사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오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추가 대북제재에 관련해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도구로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메르켈 총리가 언급한 이란식 해법은 앞서 2015년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해,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 가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독일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와 함께 협상에 참여해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 유럽연합(EU) 리더십을 자처하는 독일은 평양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핵 협상을 받아들인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최후의 수단인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함으로써, EU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유럽의회는 오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 문제를 논의한다. 이날 의원들은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매칼리스터 유럽의회 외무위원장은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심각한 도발"이라며 "EU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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