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9·5 부동산 추가대책]돌아온 분양가상한제…공급감소·투기수요 유발 역효과 우려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하면서 시장에서는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보다는 저가 분양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칫 분양가 상한제가 또 다른 투기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준 과거 사례 때문이다.


◆주택 공급 부족 등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우려= 5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한 달간 전국 집값은 0.26% 올랐다. 시행 직전 한 달간 집값 상승률도 0.26%로 동일했다. 시행 전후 석 달간 집값 상승률을 살펴봐도 시행 이전 0.71%에서 시행 이후 0.67%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주택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의 90% 수준으로 낮춰주면 주택시장 자체가 폭락하지 않는 이상 시세 차익이 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9·5 부동산 추가대책]돌아온 분양가상한제…공급감소·투기수요 유발 역효과 우려 ▲최근 분양에 나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강남구 대치동 소재)을 찾은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D

정부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통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 억제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하는 '신반포 센트럴자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4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애초 예상가격인 4700만원의 90%선에서 분양가가 정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준공 후 시세는 분양가보다 더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규제로 인해 더 많은 시세 차익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시장에서는 이런 아파트의 분양권을 따내면 '로또'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청약 가점제 등을 통해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할 방침이지만 예상보다 강도가 훨씬 더 셌던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 주택 구매 여력이 약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돈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사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격 책정에 제한을 받게 돼 공급 의지가 떨어질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너무 과하게 적용되면 주택 공급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가격 자체를 떨어뜨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인기 있는 지역에서 초기에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가격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분양가 상한제로 쓴맛 경험한 정부= 1970년대 분양가 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획일적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 위축이 나타나면서 1980년대 전셋값이 폭등하는 부동산 대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1989년 11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에 연동하는 원가연동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1990년대 도산하는 건설사들이 생겨나고 외환위기로 인해 주택시장 침체 및 미분양 급증 사태가 발생하자 1997년 1월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자율화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분양가 전면 자율화가 이뤄졌다. 이후 1998년 2월 민간택지 분양가 자율화에 이어 1999년 1월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는 아파트 외에는 분양가가 모두 자율화됐다.


2000년대 들어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분양가 급등 현상이 다시 발생하게 되고 분양가 규제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참여정부는 2005년 3월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도입해 공공택지에서 건설ㆍ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분양가 규제에 들어갔다. 2006년 2월부터 85㎡를 초과하는 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데 이어 2007년 9월부터는 주택법을 개정해 모든 공동주택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그 뒤 박근혜 정부 들어 2015년 4월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과거 추세를 살펴보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분양가를 자율화해도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을 잡기는 어려운 셈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분양가 상한제가 유명무실화됐던 것은 개발업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기준가격대를 조정하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탓"이라며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과 정부의 기대가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