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9·5 부동산 추가대책에서 다음 달 말 분양가상한제의 부활을 기정사실화하자 건설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건설사들은 대폭 완화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에 맞춰 분양가를 얼마나 낮출지, 분양일정을 언제로 잡을지 등을 따져보며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8·2 대책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됐는데 내년 1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분양가상한제까지 겹쳐 사업 추진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은 일반분양가에 좌우되는데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아무래도 조합원 입장에선 사업성이 떨어지니 사업 진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예정된 데다 분양가 하방 압력까지 작용하면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면서 "전반적으로 재건축 사업 자체가 지연되고 추진하기도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의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분양 사업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1만547가구 중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일반분양분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9월 이후 연말까지 재건축·재개발 29개 단지에서 1만2608가구가 나올 예정이나 사업 일정은 유동적이다.
실제로 앞서 정부가 8·2대책 후 고분양가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를 형성하자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GS건설은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 한신6차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당초 예상보다 400만~500만원 낮은 4250만원으로 책정했고 삼성물산도 개포동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의 분양가를 4243만원으로 300만~400만원 낮춰 잡았다. 이 단지는 당초 8월 말 분양 예정이었다. 그러나 8·2 대책 이후 조합과 분양 협의로 일정이 늦어져 이번 주말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동 신반포15차 조합은 분양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공권을 놓고 경쟁 중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과 후분양제를 제안한 상태다. 장기적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 향후 시세에 따라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책정하기 위한 선택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제로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도 이미 시장에 풀린 가격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가격이 잡힐 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지니 시세 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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