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이틀 연속 전화 통화를 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한 위기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나 직접 협의가 없어 워싱턴의 '코리아 패싱(한국 무시)' 기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 30일 심야에 30여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과 양국 간 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도 통화 후 취재진에게 "현재의 북한 정세에 관한 인식과 향후 대응에 대해 완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북한의 IRBM 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29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3시간30분 만에 40여분간 전화 통화로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미국의 대북 기조를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의 영공 위를 비행했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아베 총리와 두 번의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문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 안팎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에 대한 불만이 감지돼왔다는 점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위협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우선 재개' 방침을 거듭 밝힌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축사를 통해 한반도 내에서의 모든 군사 행동은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워싱턴 정가와 언론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온라인판 톱 기사로 '한국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서울발 기사를 실었다. WSJ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맞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과 중국을 중시하는 가운데 한국은 핵심 논의에서 제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를 소개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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