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멕시코가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탈퇴를 전제로 한 ‘플랜B’ 마련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프타 폐기 가능성을 거듭 내비친 데 따른 행보다. 2차 협상시기에 맞춰 중국과 정상회담도 진행한다.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이자 제한조치 표적이 되고 있는 두 나라가 자체 무역협상에 착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나프타가 폐기될 경우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나프타에서 탈퇴할 리스크가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멕시코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를 좀 더 준비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대(對)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무역다각화와 함께 매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최대 18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등을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하르도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나프타 협상을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하며 “비정상적인 협상이 펼쳐질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명확하고 실용적인 대안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플랜B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전체 수출의 80% 상당을 미국에 기대고 있는 멕시코는 최근 무역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나프타 2차 협상이 시작되는 다음달 1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한다. 이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도 참석한다.
이는 나프타 재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중남미와 아시아를 지렛대로 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란히 관세위협을 받고 있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 등 협력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FTA 체결 시 멕시코 제조업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무역적자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나프타 개정을 요구해왔다. 지난 27일에는 “지금까지 미국이 맺은 최악의 무역거래”라며 “(재협상이) 매우 어렵다. 끝내야 하는가”라고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대 멕시코 무역적자는 630억달러로 추산된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다음달 1~5일 멕시코시티에서 나프타 2차 협상을 진행한다. 3개국은 연내 협상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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