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동산시장에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론', '서울 불패론', '강남 불패론'의 신봉자들이 많다. 이들은 8ㆍ2대책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고 조만간 또다시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많다.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 규제가 강할수록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더 오른다는 주장도 한다. 서울 집값을 런던 같은 글로벌 도시와 비교하면서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풍선효과나 공급부족론은 지금의 부동산시장 수급구조상 현실화될 것 같지 않다. 세계 각국의 부자들과 거대 기업들이 모여 있는 글로벌 도시의 집값과 서울 집값의 단순 비교는 부적절하다.
8ㆍ2대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높다. 경제전문가들도 문재인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잘한 정책을 8ㆍ2대책으로 평가했다. 우리 국민의 약 40%를 차지하는 무주택자나 주거 취약 계층을 감안하면 주택가격 급등에 비판적인 국민은 최소 50%는 넘을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주택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이들의 박탈감이나 분노도 언젠가 표출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분양시장 과열이나 과도한 투기양상이 오래 전부터 지적됐지만 정책적 대응은 너무 늦었고 미약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과열된 시장을 단기간에 진정시키려면 과잉규제가 불가피한 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8ㆍ2대책으로 급한 불을 껐다면 앞으로는 비상시의 '대책'이 아니라 정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8ㆍ2대책을 이어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비롯한 정부규제 쓰나미가 계속 몰려 올 것이다. 하반기부터 향후 2∼3년 간은 입주 내지 준공 물량 쓰나미가 올 것 같다. 그 뒤를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고 이미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나 1인가구 급증 같은 인구와 가구구조 변화도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경제수석이 아니라 사회복지수석이 총괄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나 기본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경기부양 수단으로 부동산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주거복지'를 우선할 것이다.
종말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결정론도 틀렸다. 몇 년 전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는 '부동산은 끝났다'는 식의 책들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불패론' 일색이었다. 8ㆍ2대책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과거 참여정부 때 부동산가격 급등을 막지 못한 것처럼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8ㆍ2대책 이전부터 부동산시장은 수축국면으로 진입했고 정부규제가 그 방향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공급 물량이나 금리 인상도 부동산시장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마음대로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기도 어렵다. 부동산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험한 나라들을 보라. 미국,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아닌가. 이들 국가의 정부가 무능하고 못나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만은 아니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대응 여하에 따라서 시장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고 개선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나 부동산시장의 수급구조 등을 감안해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은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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