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력부족·감염 가능성 낮아 '완제품' 조사에만 집중
'먹거리 포비아' 확산 일파만파…계란·소시지 등 일절 소비 안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살충제 계란'에 이어 '유럽산 E형 간염 바이러스'까지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영국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햄을 섭취한 사람들이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수천톤이 수입된 것으로 드러나 먹거리 포비아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보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관련 조치도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다. 이에 살충제 계란 파동과 마찬가지로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식약처와 육가공업계 등에 따르면 8월 초 현재 네덜란드와 독일산 냉동 돼지고기 중 소시지 가공에 원료가 되는 앞뒷다리 부위의 경우 5483t과 1958t 등 모두 7441t이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산 돼지고기의 일부가 모 대기업의 가공 원료로 공급됐고, 일부는 정육점 등과 같은 식육소매상들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면서 수제 소시지 등과 같은 형태로 가공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독일산 소시지 완제품 12t만 수거 조치를 내렸다. 얼마만큼 햄으로 만들어졌고, 소시지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는 건 쉽지 않고, 추적조사할 인력도 부족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현재는 완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란 것.
한 소비자는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에도 '오락가락' 발표와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국민의 불신만 키웠던 만큼, 지금이라도 간염 소시지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대로된 조사를 진행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와 국내 식품업계는 국내에서 소시지를 가공할 경우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상 마지막 '가열' 부분이 있기 때문에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E형 간염 바이러스는 70도 이상에서 죽기 때문에 익혀먹을 경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온처리가 아닌 저온숙성이라면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소시지가 가공돼 나오는 곳 등이 완벽히 고온처리 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고, 가공자가 이용한 칼 등의 도구와 손에 의해서도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형 간염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설사·황달 등을 앓고 지나가지만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 등에게 감염되면, 치사율은 20%, 유산률도 30%까지 올라갈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소시지에 대한 우려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논란으로 소시지 등 가공육이 다시 한 번 입길에 오르면서 앞서 2015년 WHO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했던 사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것.
당시 WHO는 육가공식품이 질산염과 아질산염 등을 첨가하는 가공 공정을 거치며, NOC(N-나이트로소 화합물)와 PAHs(다환 방향족 탄화수소)와 같은 발암물질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