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적용여부다. 적용 결과에 따라 막대한 금액을 지불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소송 양측이 모두 신경 쓰는 부분이다.
기아자동차가 오는 31일 통상임금 판결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당장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은 기아차로선 또다른 치명타다.
소송 결과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생산의 37%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경영 위기와 경쟁력 위기는 곧바로 기아차 1~3차 협력업체, 더 나아가 현대차, 국내 자동차 산업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급지급 관련 신의칙 인정여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2013년 대법원은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소급 지급 시 경영 타격 가능성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최근 금호타이어 사례가 기아차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노사합의는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노사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 경우는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2심 선고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만큼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통상임금 이슈를 걱정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원이 개입해 통상임금을 재정의하면 임금상승으로 고용조정이 발생하거나 비용 전가 현상이 발생한다"며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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