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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문재인 대통령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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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문재인 대통령의 교과서 정치부 양낙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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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몇 주 전 개학을 했다. 딸은 새 학기와 함께 새로 배울 교과서를 받고 겉표지에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계획표도 만든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이후 첫 교과서를 받기 시작했다. 바로 업무보고다. 대통령이 받는 업무보고를 교과서에 비유한 이유는 하나다. 대통령이 각 정부 부처가 보고하는 업무보고 내용을 잘 이해해야 새로운 정책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오늘은 국방부가 업무보고를 한다. 국방부의 업무보고에는 어떤 내용을 담겼을까. 국방부는 4년 전인 2013년 박근혜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 내용을 보자. 당시 국방부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군사보호구역 해제, 불법 점유하고 있는 토지와 불법건축물 관련 대책 등을 보고했다. 그럴 만도 했다. 2011년 말 기준 군이 불법 점유한 사유지는 2779만㎡(약 842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했다.

4년이 지난 이 정책은 잘 지켜졌을까. 결론적으로 변한 게 없다. 현재 군이 사용하고 있는 공ㆍ사유지는 6622만㎡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317만㎡(사유지 2879만㎡·공유지 1438만㎡)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 2011년 상황과 비슷하다. 지금도 군은 합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공ㆍ사유지 2305만㎡의 두 배가 넘는 토지를 불법으로 차지하고 있다. 결국 당시 업무보고는 허위 보고였던 셈이다.


군이 불법으로 공ㆍ사유지를 점유하다보니 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육군을 기준으로 5년간 발생한 소송 건수만 164건에 달한다. 이 중 육군의 승소는 30건에 불과한 실정으로 5년간 126억원을 배상했다. 군이 건설했지만 국가에 등재하지 않은 불법건축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가에 등재하지 않은 불법건출물은 금액으로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건물들을 등재하기 위해서는 이행강제금(1조2000억원), 건축설비(1조2000억원), 설계도서(1000억원) 등 2조5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개혁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보고한다. 하지만 실태를 정확히 말하기보다는 성과를 앞세운 4년 전 업무보고와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집사람이 딸의 새 책을 보며 "매년 내용이 똑같을 것 같으면 전년도 책을 구해 그냥 보는 게 낫지 종이 낭비 아니냐"며 푸념하던 모습이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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