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지원금을 월 평균 수익으로 나눈다'
월 평균 지원금은 과기정통부만 알고 있어
20%에서도 이미 쏠림 현상 나타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재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9월 중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적정 할인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춰봤을 때 25%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공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중고폰, 자급제폰에 대해 이통사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통신 요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도입 당시 함께 제정됐다.
단말기유통법 제6조3항과 관련된 고시(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에 따르면 선택약정 할인율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직전 회계연도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으로 나눠 구한다.
처음 선택약정 할인율은 12%였다. 5만원을 내는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 매월 6000원씩 통신 요금을 할인 받는 것이다. 당시에는 공시 지원금 자체도 처음 도입되다보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부)가 이통3사와 합의를 통해 임의로 12%로 정한 것이다. 도입 6개월 후 과기정통부는 적정 할인율이 20%에 가깝다는 이유로 이를 20%로 상향했다.
과기정통부는 단말기유통법 관련 고시 중 "요금결정의 자율성,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가적으로 100분의 5범위 내에서 가감하여 산정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할인율을 25%로 추가 인상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이통사는 할인율을 25%로 인상할 경우 지원금과 선택약정 할인 금액의 차이가 벌어져 제도의 도입 취지인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반박한다. 이통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은 실적발표, 공시 등으로 공개 돼 있으나 월 평균 지원금은 과기정통부만이 알고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이 사안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업계에서는 대략 15~17% 수준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월 평균 지원금을 추정해봤다. 일단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리서치가 조사한 7월 기준 상위 12개 모델(전체 판매 점유율의 78.2%)의 지원금 수준과 전체 가입자가 평균적으로 3만원대 요금제를 가입한 것으로 가정했다. 2017년도 2분기 기준 SK텔레콤의 1인당 평균 매출(ARPU)은 3만5241원, KT는 3만4554원, LG유플러스는 3만5861원이다. 지원금 규모는 각 이통사의 3만3000원 요금제와 3만9000원 요금제가 지급하는 지원금의 평균치로 계산했다.
상위 12개 모델을 3만원대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 평균은 SK텔레콤이 7만8800원, KT가 10만6300원, LG유플러스가 10만1000원이었다. 이를 각사의 ARPU와 약정 기간인 24로 나눠 할인율을 따져보면 SK텔레콤이 9.3%, KT가 12.8%, LG유플러스가 11.8%였다. 현재 선택약정 할인율인 20%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다만 모든 가입자가 3만원대 요금제로 가입했다는 것을 전제한 만큼 오차가 클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추산한 방법은 현재 판매 중인 모든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2016년 이후 출시된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의 35종의 스마트폰을 같은 방식으로 3만원대 요금제로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SK텔레콤의 월 평균 지원금은 15만9600원, KT는 17만6700원, LG유플러스는 15만7000원이었다. 선택약정 할인율은 SK텔레콤이 18.8%, KT가 21.3%, LG유플러스가 18.2%였다.
이는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수십만원에 달하면서 전체 지원금 평균을 높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제품은 실제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7월 기준 갤럭시S8, 아이폰7, G6 등 3종의 단말기의 시장 점유율은 46.7%에 달했다.
두 방법 모두 실제 가입자가 어떤 제품을 어떤 요금제로 가입하는지를 감안하지 않는 오류가 많은 계산법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선택약정 할인이 공시지원금보다 혜택이 크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고 있다.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에서 '갤럭시노트FE'를 구입한 고객 10명 중 9명이 선택약정제도로 가입했다. 3만원대 요금제에서 이통3사는 7만5000~11만2000원의 지원금을 주는 반면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 약 1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최고가 요금제에서는 그 차이가 36만1000원에 달할 정도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상향될 경우 선택약정제도로 가입자가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 이와 너무 차이가 나면 제도 취지에도 어긋나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함께 부담하는 반면 선택약정 요금할인 혜택은 이통사가 100% 부담한다. 지원금과 선택약정 할인제도의 구조상 이통사가 통신비 부담의 책임을 과도하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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