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농수산 분야에 피해가 큰 청탁금지법상 선물 한도액을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8월9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절차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농축산물, 화훼 등) 특정 업종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관점으로 3·5·10 규정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7월27일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소위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내달 시행 1년을 맞이한다.
법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인 성과 만큼 부작용이 만연하고 있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간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족대명절인 추석 전 청탁금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농축산인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탁금지법 개정 쟁점은 '효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전국축협조합장들과 전국한우협회는 추석 전 청탁금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9일에는 농수축산연합회 주관으로 청와대 앞에서 청탁금지법의 추석 전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 139개 축협 조합장들은 성명서에서 외국산 축산물 수입과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한우 사육두수가 감소했지만, 쇠고기 가격과 농가수취가격 하락으로 축산농가의 고충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 쇠고기 자급률 하락으로 한우산업이 위기에 빠졌다며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세 한우 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고기 가격은 12.7% 하락했고, 지난 설 명절에는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가 25.8%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수입 소고기는 전년 대비 8.8% 증가, 돼지고기는 11.5% 늘었다.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은 38.9%까지 떨어졌다.
농축산업계의 요구가 높아지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총대를 맸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 제15회 한농연충청남도연합회 농업경영인대회에서 "농수산 분야에 피해가 큰 선물 한도액은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추석 명절 기간에 우리 농어업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다음달 중 가액기준 현실화 마무리를 위해 관계부처와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관이 구체적 가액 조정안을 밝힌 것을 처음이었다. 김 장관 뿐만 아니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청탁금지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이 추석에 친지, 이웃과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법의 타당성을 철저하게 검토해서 신중한 방향으로 보완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경제·사회적 영향 관련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처간에 이견이 충돌하자 관심은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경제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논리가 충돌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3월 농업인 단체장과 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어려운 현장을 수차례 직접 확인했다. 우선 이야기 하자면 국민들 잘살자고 만든 법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개정돼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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