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성과연봉제는 기존의 호봉제와 달리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로, 박근혜 정부 당시 도입이 적극 추진됐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로 인해 사측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이 증가해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기존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 찬반투표에서 96.86%가 이를 반대해 명백한 거절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사측은 성과연봉제 개정을 강행했다"며 "기업은행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그 필요성이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했다"며 "성과연봉제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기업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5월 부점장급 이상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4급 이상 일반 직원까지 확대 시행하는 취지로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노조는 이사회가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정을 추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